[TV 가이드]
미국 청년이 추적한 종군위안부의 비극, <잊혀진 증언을 찾아서>
2008-02-28
글 : 남다은 (영화평론가)

KBS1 3월1일(토) 밤 11시40분

미국인 앤서니 길모어는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중 우연히 종군위안부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저 영어를 가르치며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던 미국 청년은 어느 날 문득 한국의 믿을 수 없는 과거를 대면하고 충격에 빠진다. 2005년 그는 한국인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나눔의 집을 방문하고 노인들과의 인터뷰를 시작한다. 변영주의 <낮은 목소리> 시리즈를 참고하고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배우고 일본으로 건너가 2차대전 당시의 일본 군인들의 증언을 듣는다. 말하자면 <망각을 떨치고>는 한·일 두 역사와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었던 한 미국인 청년이 두 나라 사이에 은폐된, 해결되지 않은 비극과 마주한 뒤 그 과거로부터 지금의 한국, 한국과 결코 분리되어 생각할 수 없는 일본, 나아가 모국인 미국까지 자신이 서 있는 현재를 읽어내는 과정이다.

일본의 식민지 점령기에 대한 설명과 당시의 상황을 증명하는 오래된 자료화면들, 지금은 노인이 된 종군위안부들의 젊은 시절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일본 퇴역 군인들의 참회 섞인 증언, 학자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나눔의 집에 모여살면서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하며 노년의 여인들이 들려주는 과거의 기억들이 교차된다. 배우 김윤진의 내레이션이 이들을 한편의 다큐멘터리로 묶어낸다. 당시 종군위안소는 분명 고용 계약 관계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많은 여성들이 강제로 끌려갔다는 건 분명 거짓말이며, 당시 종군위안부였던 여성들의 증언만으로는 아무런 신빙성이 없다는 일본의 주장은 그녀들이 그토록 바라는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여전히 얼마나 멀리 있는지 보여준다. 지난 60년간 그녀들은 침묵 속에서 지금껏 죽음도 미루고 죽음 같았던 과거를 증명하기 위해 삶을 견뎌왔다. 이 다큐는 한국과 일본의 미묘한 역사적 갈등을 몸소 체험해보지 않는 자의 아직은 시작단계에 머문 연구 같다. 그래서 아무래도 <낮은 목소리>처럼 문제의식을 확장하거나 마음으로 공명하는 느낌이 든다기보다는 사실관계를 수집하는 관찰기처럼 보인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역사는 흐르고 그녀들은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으니 앤서니 길모어의 연구가 지치지 않고 더 깊게 지속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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