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은혜]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됐으면 싶었어요”
2008-02-27
글 : 정재혁
사진 : 이혜정
<밤과 낮>의 배우 박은혜

여배우의 길. 압구정 한 카페에서 박은혜를 기다리다 문득 이 문구가 떠올랐다. 화려한 외모로 TV에서 주목받아 드라마, CF로 인기를 이어가거나, 연극으로 시작해 충무로에서 연기력을 쌓아 성공하는 케이스 혹은 TV스타의 이미지를 깨고 강한 캐릭터의 연기로 2막을 여는 배우 등. 거친 카테고리가 쉽게 여배우를 분류하곤 하지만 사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배우들이 더 많다. 꾸준히 어딘가에 출연하곤 있지만 존재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거나 비슷한 캐릭터의 연속이라 굳이 그 배우일 필요성이 없는 경우들. 어쩌면 대다수의 배우들은 후자에 해당하지 않을까. 이미지의 전쟁 같은 연예계에서 브라운관 혹은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만든다는 건 꽤나 힘겨운 일이다. 여배우의 길은 정해진 성공의 케이스로 들어서기 위한 힘든 경주처럼 보인다. 스타되기보다 더 어려운 배우의 위치 찾기.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 <밤과 낮>에 출연한 박은혜를 보며 문득 떠오른 단상이다.

인터뷰를 위해 카페에 들어선 박은혜는 왠지 들떠 보였다. 생애 첫 국제영화제 레드 카펫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타고난 밝은 성격 때문일까. 1995년 TV시트콤 <LA아리랑>과 영화 <짱>으로 연기 데뷔해 <찍히면 죽는다> <천사몽> <키다리 아저씨> <어느날 갑자기 첫번째 이야기-2월29일> 등의 영화와 <사랑밖에 난 몰라> <작은 아씨들> <매일 그대와> <대장금> 등의 드라마에 출연한 올해 31살의 여배우. 13년의 연기 경력이지만 <대장금>의 연생이를 제외하면 쉽게 떠오르는 작품은 없다. 거의 매번 착했던 것 같고, 사극의 한복과 쪽 찐 머리가 매우 잘 어울렸던 느낌 정도랄까. 2007년 9월부터는 <대장금>의 이병훈 감독과 다시 만나 MBC드라마 <이산>에 출연 중이다. 그래서 더욱 들떠 보였는지 모른다. 매번 반복되던 드라마 현장을 벗어나 4번째 만남 만에 홍상수 감독 영화의 출연 기회를 손에 쥐었고, 2007년 여름을 파리의 <밤과 낮> 현장에서 보냈으니. 여배우의 성장이 생기로 느껴졌다. 2008년 2월 여배우 박은혜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그녀의 길이 궁금해졌다.

*이 인터뷰는 베를린영화제가 시작하기 전인 2월1일 진행한 것입니다.

=영화 보셨어요? 어떠셨어요? 민선(박은혜가 연기한 유정의 룸메이트)과의 장면은 어땠어요? 현지 유학생들 오디션 봐서 뽑은 거거든요. 전 그 부분이 가장 재밌었는데, 때가 묻지 않은 연기 같죠?

-재밌던데요. <밤과 낮>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홍상수 감독 영화는 매번 쪽대본을 준다고 하잖아요. 그런 부분이 힘들진 않았어요.
=쪽대본은 별로 힘들지 않았는데 감독님이 너무 긴 대사를 줘서 힘들었어요. 바로 외워서 해야 하는데 계속 빨리 하라는 거예요. 시간 오버된다고. (웃음)

-처음 어떻게 출연 섭외를 받았어요.
=감독님이 미팅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 갔어요. 그런데 제가 예전에도 몇번 다른 영화로 홍 감독님 오디션을 봤거든요. 그래서 제가 매니저 오빠에게 시켜주실 것도 아니면서 왜 부르는 거야, 그랬죠. (웃음) 그런데 감독님이 “오히려 예전에 안 한 게 다행이다. 그때 너에게 주려던 역할이 편집에서 다 잘려서 찍어도 안 나왔을 거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밤과 낮>이) 무척 하고 싶었고,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다운시키고 싶었거든요. 연기자 같은 느낌을 갖고 싶었어요. 연예인 이런 거 말고. 제가 솔직한 편이라 감독님한데 그랬어요. 제가 감독님 영화 출연하면 감독님 영화엔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영화를 망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인생엔 전환점이 되니 저를 위해 써달라고. 그랬는데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웃음)

-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나요.
=일단 스타성도 없고, 연기력도 탁월하지 않고…. 그냥 제 생각에 저보다 훌륭한 배우들이 많으니까 감독님이 하고 싶은 배우들도 많을 거고. 그래도 제가 이 영화를 해야 할 이유가 절실했어요. 저에게 필요하다는 건 또 그만큼 제가 열심히 할 거란 얘기거든요.

-유정이가 어떤 역할이라고 하던가요.
=자세히 말씀 안 해주시죠. 제가 하도 궁금해하니까 잠깐 시놉시스 같은 걸 주셨어요. 좀 길더라고요. 그런데 다 읽은 다음에 외우지 말라고 하셨어요. 여기서 많이 변할 거고 저에게 맞게 바뀔 거라고. 근데 막상 출연이 확정되고 나니까 겁이 났어요. 벗는 거 없냐고 수십번을 물어봤죠. (웃음) 나중엔 감독님이 지쳐서, 없다니깐,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시더라고요.

-유정이 어떤 캐릭터일 거라는 정해진 그림이 없어서 불안하진 않았어요?
=감독님이 제가 스스로 찾아가도록 도와주신 거 같아요. 이 장면에선 어떤 감정이다, 어떤 연기다, 이런 주문을 안 하셨어요. 그냥 제 대사나 행동이 대본에 그대로 묻어나왔거든요. 그냥 궁금했어요. 처음엔 화가들 만나서 미술하는 사람들은 어떨지 물어봤거든요. 근데 결국 다 똑같아요. 굳이 3차원, 4차원 연기할 필요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쉬운 건 시키는 대로 하는 거예요. 오히려 정해진 게 없어서 편했어요. 오늘 대본이 슬프면 정말 슬프게 하고 기쁘면 또 대본대로 그대로 기쁘게 했어요. 현장에서 대본 나오는 거 바로 연기하는 건 드라마하면서 워낙 익숙해졌던 거고. 제가 예전부터 영화하는 분들에게 부러웠던 게 그분들은 영화를 하면서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거였거든요. 저도 이번 영화하면서 잘은 못하지만 불어도 배웠고, 감독님이 화가분들 만나게 해주셨고, 같이 아틀리에도 갔어요. 저 나름대로 미술공부한다고 10년 만에 대학교 찾아가서 서양사 수업도 들었고요. (웃음) 그냥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예전 TV드라마나 다른 영화 찍을 때와의 연기와는 많이 달랐잖아요. 그게 쉽게 적응되던가요. 특히 홍상수 감독 영화는 여배우에게 이미지 변신이라기보다 일종의 아무것도 아닌 이미지를 연기해야 하는 거고.
=제가 그동안 이미지를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았어요. 드라마 찍으면서도 박근형 선생님에게 매번 혼났거든요. 너무 예쁘게 하려고 하지 마라, 계산해서 하지 마라, 감정에 충실하라고. 이번 영화가 저의 어떤 이미지를 없애는 데도 좋았던 것 같아요. <밤과 낮>에서는 그냥 머리 드라이로 말리고 묶은 채 나오고 메이크업도 안 하니까. 예전에 <2월29일>이란 영화를 찍었는데 그때 역할이 정신병자였거든요, 제가 예쁘게 나올 생각을 안 하니까 사람들도 외모를 중요하게 보지 않더라고요. 예전엔 연기하면서 나 이 각도는 이상한데, 뭐 이런 생각을 했는데 내가 그런 생각을 버리니까 사람들도 오히려 장점을 골라서 말해주는 것 같아요. 왜 이번엔 옷도 정말 이상하잖아요. 어떨 땐 옷이 좀 예쁘다 싶으면 스탭들끼리 이거 오케이 아니지? 그랬어요. 진짜 언밸런스하고.

-어떤 기사를 보니 가택수사하듯이 집에 찾아와서 옷을 가져갔다고 하던데요.
=네. 절반은 제 옷이에요. 나머지 반은 현지 스탭옷. (웃음) 섞어서 입었어요. 홍 감독님 영화에선 평범해지는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보통 연기자들이 변신할 때 표독스럽거나 슬프고 강한 역할을 하지만 전 일상생활 같은 걸 하고 싶었어요. 나에게 그런 기회게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홍 감독님 영화를 만난 거고요. 오히려 연기에 마이너스가 되는 얼굴은 못생긴 얼굴보단 예쁜 얼굴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예쁘다는 건 아니고요. (웃음) 청순가련형이라고 하면 딱 할 수 있는 역할이 정해지잖아요. 오히려 평범한 얼굴은 역할의 폭이 넓어지니까. 지금도 드라마(<이산>) 하고 있는데 예쁘게 나온다는 말 들으면 싫어요. 그래서 뭐 어떻게 하라고. 이제는 예쁘게 나와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어릴 때는 그 느낌으로 드라마나 광고도 찍었지만 이젠 캐스팅되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돼요. (웃음)

-원래 홍상수 감독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가요.
=제가 엄지원씨랑 친해서 <극장전>을 보러 갔어요. 참 영화가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고, 지원이에겐 정말 좋은 기회처럼 느껴졌어요. 이후에 정말 연기자로서 이미지가 좋아진 것 같고. 홍 감독님 영화는 왜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망막함이 느껴지잖아요. 뭔가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것 같고, 나를 야단치는 것 같고.

-지금까진 <대장금>의 연생이나 <이산>의 효의왕후처럼 단아하고 착한 사극 속의 여자 느낌이 강해요.
=다른 드라마는 다 망하고 사극을 두번했는데 그것만 시청률이 좋아서. (웃음) 하지만 <이산>도 시작할 때는 다른 연기자의 느낌을 찾기 위해 한 거거든요. 연생이는 귀엽고 철없지만 효의왕후는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느낌이라. 막상 출연하고 나니 너무 단아한 이미지만 생겨서 좀 다른 캐릭터가 있었으면 하지만, 아마 후반부에 나올 거예요. 나이가 어려 보이는 것도 사실 좋은 건 아니에요. 제가 20대 느낌이 난다고 해서 20대 역할을 할 순 없잖아요. 제 마음이 그래요. 그렇다고 20대로 보이는데 30대나 노처녀 역할을 할 수도 없고. 그래도 사극이 저에게 잘 어울린다면 사극만 해도 상관없어요. 사극 이미지로 굳어질 거란 걱정은 안 하지만 그냥 연기를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아까 연기자의 느낌이 갖고 싶다고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첫 번째는 나이. 내가 거스를 수 없는 일이잖아요. 같이 작품했던 선생님들이 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분들이세요. 그런데 어느 순간 엄마 역할이 오고, 다음에 할머니 역할이 온대요. 그럴 때마다 충격을 받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마음을 미리 잡고 싶었어요. 내가 감독이라면 나를 쓸까, 이런 생각하면서. 나를 안 쓸 것 같다면 쓰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신인 때는 좀 쉬다가 일할 거고요, 약한 배역 맡아도 나름대로 좋은 역할이고요, 이랬는데 사실 그건 핑계였어요. 이젠 꾸준히 일을 하는 배우가 되자, 오래 하려면 내 위치를 내가 빨리 파악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연기자에 대한 꿈이 있었나요.
=전혀 없었어요. 저는 옷도 컬러풀하게 못 입어요. 학교 다닐 때는 교단 위도 못 올라가서 아래서 이야기했어요. 사람들 시선받는 게 너무 싫었고. 성격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연기할 땐 또 안 떨리더라고요.

-데뷔작이 <LA아리랑>이라고 되어 있던데요.
=네, <LA아리랑>이랑 <짱>이랑 동시에 시작했어요. 연기 되게 못했어요. 근데 신인들에게 연기 못한다고 하면 아마 알아들을 사람 없을 거예요. 저도 만날 편집당했는데 내가 뭘 못하는지 몰랐어요. 사실 지금도 그때랑 연기가 달라졌다는 느낌은 안 들거든요. 다만 예전엔 대사에 감정이 없었다면 지금은 감정을 담아서 한달까.

-그럼 연기에 대해 고민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연기에 대해서요? 늘 화가 나요. 사실 한번도 제 연기가 마음에 든 적이 없어요. 왜 저런 식으로 한 거야, 이번 영화도 그렇고. 항상 아쉽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모르겠고.

-그럼 그런 마음을 어떻게 정리해요.
=그냥 다음번엔 또 잘해야지. (웃음) 그런데 <이산>에서 저는 정말 못했다고 생각한 장면이 있거든요. 화면을 보는데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 거예요. 그런데 이서진씨가 오더니 찍을 땐 몰랐는데 방영 보니까 되게 잘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사람마다 보는 게 다른가, 생각했죠.

-<짱>과 <LA아리랑>엔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가요.
=친구따라 잡지사에 갔는데 기자 언니가 사진 좀 찍자고 하더라고요. 그때 뷰티컷 5만원 줬어요. 대학생이니까 그 정도 돈이면 뭐 좋았죠. (웃음) 그런데 이후에 계속 일이 그쪽으로 이어지더라고요. 수능 점수 잘 안 나와서 서울예대 들어갔고, 광고 연출하고 싶어서, 카메라 배우고 싶어서 광고창작과 갔더니 매번 촬영하면 모델 시키고. 그러다 매니저분이 한번 일해보자고 하더라고요. 한번은 큰 회사에서 VJ 테이프를 하나 주면서 연습해서 보여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안 갔어요.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처음 들어간 회사에서도 5 대 5로 (수익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안 한다고 했어요. 위험부담 갖고 제가 뭐하러 그래요. 그럴 거면 저 회사 다닐 거라고. (웃음) 제가 성공할지, 1년에 얼마 벌지도 모르잖아요. 제 성격이 그래요. 결국 2년은 6 대 4, 1년은 7 대 3으로 줬어요. 신인에게. 그러다 <짱>에 간 거죠. 되게 못했어요.

-<대장금>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잖아요. 그때 느낌은 어땠나요.
=그냥 재미는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고 그냥 최선을 다했어요. 지금은 어떤 걸 버리고 가져야 할지 알았다면 그땐 뭘 가져야 할지만 알고 버릴 건 몰랐다고 할까. 솔직히 주목을 받았는지는 몰랐어요. 산속에서 매일 촬영해서. 그러다 감독님이 시청률 50% 넘었다고 하시고, 서울 갔더니 식당에서 서비스가 나오고. 아, 드라마가 인기가 좋긴 좋구나 그랬죠. 그런데 저는 지금도 제가 언제 딱 인기가 올라갔다, 그런 느낌이 없어요. 그냥 지금까지 똑같은 거 같아. <대장금> 때문에 해외를 가고, 대만에서 드라마를 찍으면서도 내가 한국에서 톱스타가 아닌데 왜 이렇게 잘 대접해주지? 이상해요. 한국에서 더 잘돼야 되는 건가 싶고.

-아까 처음 연예계 데뷔할 때 위험부담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했잖아요, 지금은 어때요.
=솔직히 만약 제 친한 동생이나 친구들이 연예인한다면 저는 말려요. 능력이 좋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연기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도 <대장금>으로 돈 벌고 마음이 편해지면서 여유가 생기니까 그런 거거든요. 스타가 되고 싶다, 돈을 벌고 싶다면 안 하는 게 좋아요. 저도 그냥 연기가 하고 싶어서 했던 거지 스타가 되고 싶었다면 안 했을 거예요.

-지금 배우로서 본인의 위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별로예요. (웃음) 굉장히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고, 자만해서도 안 되고. 그냥 <밤과 낮>으로 연기가 늘었다는 말만 들었으면 좋겠어요. 어릴 땐 연기에 부담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젠 경력이 이렇게 많은데 저것밖에 못하냐는 말 들으면 싫잖아요. 책임의식을 갖게 된 것 같아요. 데뷔 때보다 선택도 도전도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인터뷰하면서 모든 일에 굉장히 적극적일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저희 집이 딸만 넷이에요. 제가 셋째고요. 딸만 있으면 무척 시끄럽거든요. 만날 싸우고, TV채널로 다투고. 그러다가 바로 까르르 웃으며 같이 TV보고. 제가 그렇게 자라서 말하고 수다 떨고 이런 걸 좋아해요.

-고민이나 힘든 일이 있어도 침울하지 않고 뭔가 하려는 타입 같아요.
=네. 그런 편이에요. 잠깐은 침울해도 계속 그래봤자 소용없잖아요. 사실 남자친구랑 싸워도 금방 잊어버려요. 어제 싸웠다고 해도 오늘 아침 일어나면 무슨 일로 싸웠는지 그 기분을 다 잊어버려요. 왜 화를 냈는지. 저는 좋은데 남자 입장에서 피곤해하죠. (웃음) 아마 제 건강엔 좋을 거예요.

-배우로서의 이상형이 있나요.
=신인 때부터 전도연씨가 너무 부러웠어요. 예쁘지만 평범해요. 그래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에게 없는 걸 너무 많이 가지고 있고, 연기력도 너무 좋고. 멋진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은데 될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그분은 저보다 몇배로 열심히 하셨을 테니. 김해숙 선생님도 좋아요. 인간적으로 따뜻하시고 경력이 그렇게 오래되셨는데도 항상 연구를 많이 하세요. 선생님들 그런 모습 보면서 저도 자만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해요.

-베를린영화제가 많이 기대되겠어요.
=걱정돼요. 아무도 저 사진 안 찍으면 어쩌죠? 못 알아볼까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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