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알고 봅시다] 중국 최고의 흥행감독 <집결호>의 펑샤오강
2008-03-06
글 : 강병진

중국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인가, 중국의 <태극기 휘날리며>인가. <천하무적> <야연>의 감독인 펑샤오강의 신작 <집결호>는 이국 땅에 와서 여러 수식어로 불린다. 하지만 감독의 이름이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중국에서는 ‘펑샤오강의 <집결호>’로 불릴 뿐이고, 그 때문에 엄청난 수익을 거두었다. 지난 10여년간 중국의 흥행사를 뒤흔든 감독. 펑샤오강에 대해 알아보자.

1. 펑샤오강의 과거

<집결호>

한때는 배우였다. 또 한때는 시나리오작가이기도 했다. 심지어 무대미술도 했다. 영화감독으로서 탐낼 만한 경력은 죄다 갖춘 펑샤오강은 중국에서는 ‘중국의 스필버그’로,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의 강제규’로 불린다. 1958년 베이징에서 태어난 그는 군생활 동안 총 대신 붓과 페인트를 들고 군인극단에서 무대그림을 그렸으며 제대 뒤에는 TV드라마의 세트를 디자인했다. 중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장이모나 첸카이거 등의 감독들이 베이징영화학교 출신인 것에 비해서는 천출 태생인 셈. 하지만 방송사 시절 <햇빛 찬란한 날들>의 작가 왕수오와 교분을 쌓은 펑샤오강은 그와 함께 대본을 쓰며 작가이력을 쌓았고 흥행작가로 발돋음했다. 방송계에서도 살 만했던 그가 영화감독을 꿈꾸게 된 건 1993년 드라마 <뉴욕의 베이징인>이 흥행하면서부터였다. “왠지 영화감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도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더라. (웃음)”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 같지만 그는 정말 영화를 잘 만들었고 관객은 그의 영화를 기뻐하며 반겼다. 1997년 데뷔작인 <갑방을방>이 크게 흥행한 이후 펑샤오강은 지금까지 중국의 박스오피스 기록을 경신하며 최고의 흥행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덕분에 그의 영화가 주로 개봉하는 2월부터 설 연휴까지의 기간은 일명 ‘하세편’(賀歲片)으로 불리는 중국산 블록버스터의 경연장이 되었다고. <집결호> 역시 지난 12월20일 하세편 영화로 개봉한 작품이다.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점령한 뒤 7주 동안 정상을 내주지 않은 <집결호>는 현재까지 약 3348만달러를 벌어들였다. 군생활에서부터 예술을 꿈꾸어오다 최고의 흥행감독이 되었으니 어쩌면 그는 중국의 영화학도뿐만 아니라 중국 군인들의 꿈일지도 모른다.

2. 펑샤오강의 좋은 친구들

갈우 영화 <인생>에서 그림자 연극을 하던 그 남자. 펑샤오강은 왕수오의 소설을 각색한 <완주>라는 영화에서 그의 독특한 연기를 발견했고 이후 두 사람은 <갑방을방> <몰완몰료> <거장의 장례식> <수기> <천하무적> <야연> 등의 영화에서 함께했다. 펑샤오강은 갈우에 대해 “그는 언제나 현실에 이런 사람이 있냐는 걸 제일 먼저 묻는다”며 “그런 갈우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진정 합리적인 드라마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한위 중국의 인기 성우이자 TV드라마계의 인기스타. <양들의 침묵> <라이언 일병구하기> <콘에어> <페이스오프> 등의 영화가 중국에서 방영될 때 도맡아 더빙을 했다. <수기> <거장의 장례식> <천하무적>에서 조연을 맡았던 그는 <집결호>의 구지디를 통해 처음으로 주연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 참석한 그는 “한국의 영화감독들과 작업할 수 있도록 나에 대한 소문을 많이 내달라”며 애교 섞인 부탁을 하기도 했다.

강제규 <천하무적> 촬영 당시 촬영현장을 방문해 펑샤오강을 만났다. <집결호>를 제작할 때는 전쟁영화의 선배로서 펑샤오강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기도. 뿐만 아니라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함께했던 한국 스텝들을 소개해주었고, 펑샤오강 역시 <태극기 휘날리며>를 일종의 모델로 삼았다. 하지만 막상 <집결호> 제작에 들어간 펑샤오강은 강제규 감독이 조언했던 것보다 몇배나 더 힘든 제작현장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3. 펑샤오강의 작품경향

<천하무적>

그의 주된 장기는 소시민들의 삶에서 페이소스를 끌어내는 것이었다. 데뷔작인 <갑방을방>은 고객의 소원을 들어주는 사업을 벌이는 네명의 젊은이가 겪는 애환을 다룬 작품이었으며 <수기>는 휴대폰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접한 사람들의 일상이 변하는 과정을 포착했고, <천하무적>은 순수한 농촌총각과 본능적으로 도둑질을 일삼아온 한 커플이 벌이는 번뜩이면서도 아기자기한 소동극을 그렸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각색해 만든 시대극 <야연>부터 펑샤오강의 영화는 내용에서나 크기에서나 점점 몸집을 불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0년에만 해도 “무협대작은 절대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던 그다. 갑작스러운 입장변화에 대해 그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코미디와 고전적인 영화는 내가 꼭 만들고 싶은 두 종류의 영화였다. 아마 중국 영화계나 관객도 나의 이런 속내는 몰랐을 것이다. 그들은 나의 코미디영화에만 너무 익숙하니까.” <야연> 이후에 만든 <집결호>는 더욱 커진 몸집을 자랑하는 영화다. 게다가 흥행까지 했으니 그의 다음 영화는 더욱 커질 수도. 스스로 이런 경향을 절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려운 것은 나중에 늙었을 때, 왜 그때 내가 하고 싶었던 걸 하지 못했냐며 후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지금의 펑샤오강은 자신이 하고 싶은 영화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행복한 영화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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