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 <월스트리트저널>의 남아시아 지국장인 대니얼 펄과 프랑스공공라디오 소속 기자인 마리안 펄 부부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폭격과 이후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파키스탄에 남았다. 2002년 1월 23일, 종교지도자와 만나 인터뷰를 가질 예정이던 대니얼이 실종됐고, 한달여의 수사 끝에 납치범들이 그를 참수했음이 밝혀진다. <마이티 하트>는 마리안 펄이 쓴 동명의 기록과 수사 과정 및 자료를 각색한 작품이다. 미국에 소재한 ‘언론인보호위원회’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살해된 언론인 수가 5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전쟁터에서 군인처럼 부상을 입고 죽기도 했던 언론인들이 이제 자신들이 수행하는 본연의 업무 때문에 표적이 되고 납치, 고문, 죽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죽음을 맞은 언론인의 대다수가 폭력과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제3세계의 국민이며, 그들이 죽은 다음 엄정한 수사와 법적 조치가 행해진 경우가 희박하다는 사실이다. 대니얼 펄의 죽음이 위험에 노출된 채 양심에 따라 활동하는 언론인들의 상황을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대니얼 펄 사건이 다른 언론인들의 그것에 비해 더 주목받고 영화까지 만들어진 데는 그가 미국에서 온 언론인이라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는 걸 간과하면 안 된다. <마이티 하트>는 영국영화가 포스트 9·11 시대의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테러와 미국에 대한 목소리란 까닭에 <플라이트 93>과 종종 비교되곤 하지만, 마이클 윈터보텀의 전작 <관타나모로 가는 길>과 연결해서 보았을 때 더 흥미로운 작품이다. 두 영화는 테러와 정치에 희생당한 양쪽의 인물을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자매편으로 불릴 만하다. 파키스탄에서 납치된 미국인을 구하려는 주변 사람들이 공허와 슬픔에 빠져 있던 그 시간에, 일군의 파키스탄인들은 관타나모의 미군지기에서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으며 공포를 견뎌야 했다(대니얼 펄을 납치한 테러리스트들의 요구사항은 관타나모에 억류된 파키스탄인의 자유였다). 거울의 양면과 같은 두 영화를 바라보는 각자의 시선은 현 상황을 판단하는 잣대의 극명한 차이를 드러낼 터인데, 윈터보텀은 <마이티 하트>에 삽입된 TV영상으로 감독의 본마음을 대신했다. 당시 미국의 국무장관인 콜린 파웰이 TV에 나와 관타나모의 죄수(!)들이 인간적으로 대우받고 있는 상황에서 납치범의 요구조건은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고 공언하는 모습을, 우리는 본다. 그가 만약, 저지르지 않은 죄를 자백하라고 강요받았던 사람들을 한번이라도 보았다면, 막무가내로 잡혀간 그들의 진실에 한번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어처구니없는 희생자의 수는 줄었을지도 모른다. <마이티 하트>와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테러로 얼룩진 세계를 외면하면 안 되는 만큼 진실을 바로 보라고 말한다.
할리우드 메이저사가 제작한 요즘의 DVD는 HD마스터를 공유하는 덕분에 월등히 달라진 화질을 자랑한다. <마이티 하트>가 적은 예산으로 제작되었으며 어두운 실내에서 많은 부분이 촬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DVD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영상을 보여준다. 부록으로는, 언론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언론인을 보호하고자 25년 전에 조직된 ‘언론인보호위원회’ 대표들의 위원회 소개와 언론인이 처한 위기 상황 설명(9분), 대니얼 펄의 죽음을 추모하고 그의 못다 이룬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세워진 ‘대니얼 펄 재단’ 안내(2분), 그리고 ‘열정의 여정’이란 이름이 붙은 메이킹필름(30분)을 제공한다. 실존 인물과 그들의 관계, 연출과 촬영의 특징, 영화가 끼친 영향을 항목별 주제로 해 만든 메이킹필름에선 소규모 제작진과 자연스러운 환경이 어우러진 윈터보텀 특유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