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삶과 사랑의 본질 묻는 <어웨이 프롬 허> 공개
2008-03-14
글 : 문석

일시 3월 14일 오후 2시
장소 미로 스페이스
개봉 3월 21일

이 영화

노년의 여성 피오나(줄리 크리스티)는 수년전부터 앓기 시작한 알츠하이머병이 점차 심화되는 것을 느낀다. 남편 그랜트(고든 핀센트)는 피오나의 병세를 걱정하지만, 그렇다고 아내를 요양원에 보내는 것만큼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한때의 실수 이후 아내를 더욱 사랑하게 된 그랜트는 피오나 없는 나날이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오나는 요양원에 입원하겠다는 결단을 내리고 잠시 남편 곁을 떠나게 된다. 적응을 위해 일정기간 환자의 면회를 금지하는 요양원의 규정에 따라 1달동안을 기다린 그랜트는 마침내 피오나를 만나러 가지만, 피오나는 그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더욱 비극적인 일은 피오나가 요양원 안의 다른 남성인 오브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랜트는 이 황당한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사랑하는 피오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한다. <어웨이 프롬 허>는 캐나다 출신 배우인 사라 폴리의 감독 데뷔작이다.

100자평

대저 사랑이란 무엇인가. 기억은 또 무엇이며, 인간의 존재는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스산한 캐나다의 겨울 풍경 속에 흩어져 가는 삶의 흔적을 비춰주는 <어웨이 프롬 허>는 풀리지 않는 삶의 비밀에 관한 조심스럽고 세심한 질문이다. 그랜트와 피오나가 겪게 된 삶의 아이러니 혹은 딜레마는 인간의 힘으로는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다. 천진난만한 자신의 세계 속에 갇혀있는 피오나야 그렇다 치더라도, 44년동안 자신과 함께 했던 기억을 모두 날려버리고 다른 이를 사랑하게 된 피오나를 바라봐야 하는 그랜트의 입장은 난감하기 짝이 없다. 사라 폴리 감독은 <어웨이 프롬 허>에서 이 아이러니 혹은 딜레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 그 자체를 드러내 보여주는 쪽을 택한 듯 보인다. 이 영화의 원작이 된 앨리스 먼로의 <곰이 산을 넘어오다>와 달리 그랜트가 오브리의 아내와 맺는 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그랜트가 갇혀있는 이 미로의 수수께끼를 극명하게 제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설사 이 영화가 너무 무겁게 느껴지는 관객이더라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줄리 크리스티는 물론이고 캐나다의 명배우 고든 핀센트의 연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풍성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문석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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