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드 니로와 앤디 가르시아가 최민수와 함께 출연한다? 현진씨네마가 한국, 미국, 일본이 합작하는 <Street of Dreams>의 제작을 발표했다. 영화는 1960년대 뉴욕에서 활동했던 일본계 마피아 몬타나 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 “역대 최초 한·미·일 합작”, “400억원의 글로벌 프로젝트”, “드림 캐스팅” 등 최근 미디어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수식어의 거품을 잠시 걷어내고, 무엇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지 이순열 현진씨네마 대표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3개국 합작이라는 것이 어떻게 추진되고 성사된 건가.
=사실 <Street of Dreams>는 6년 전에 시작된 프로젝트다. 본래 일본의 키네마라는 영화사에서 추진하다가 담당자가 와이즈 재팬으로 회사를 옮기면서 작품을 함께 가지고 나왔고, 거기에 <대부2> <지옥의 묵시록>의 프로듀서였던 프레드 루스의 FR 프로덕션이 참여하게 됐다. 원래 나는 몬타나 조의 한국 친구 역할에 맞는 배우를 추천해주는 정도만 하려 했는데, 각본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그럴 바엔 아예 함께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미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관계자들을 만났고 얼마 전에 계약서를 썼다. 현진씨네마는 전체 제작비 400억원 중에 50억원을 부담한다.
-로버트 드 니로, 앤디 가르시아라는 캐스팅이 화려한데, 실제 계약은 된 상태인가.
=아직 서류상의 절차가 완료된 건 아니고, 시나리오를 보고 약속을 한 상태다. 미국의 특이한 시스템이 배우들이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경우, 일정 금액을 보증금(deposit) 형태로 공동계좌에 넣는다. 만약 출연을 번복하면 그 돈을 받을 수 없다. 지금 그 정도 단계까지 간 상태라고 보면 된다.
-그러면 그 보증금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인가.
=개런티의 한 5%쯤 되는데, 사실 액수가 큰 건 아니다. 약속의 개념이 더 크다. 프로듀서인 프레드 루스와 두 배우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400억원이라는 제작비가 사실 할리우드 기준에서 큰 액수는 아니다.
=로버트 드 니로가 보통 개런티로 2천만달러를 받는데, 그럼 영화를 어떻게 만드냐는 말도 들었다. 상식적으로 힘들어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말했듯이 프로듀서와 배우들의 유대관계가 끈끈하다. 또 사실 누아르라고는 하지만 <스파이더 맨>처럼 대단한 특수효과가 필요한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으리라 본다.
-배급이나 수익 분배는 어떤가.
=전세계 개봉인데 한국만 현진씨네마에서 배급한다. 한국 관객의 특수성이라는 게 있어서, 미국영화를 수입해서 거는 것과 한국 영화사가 직접 개봉하는 것은 아무래도 반응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수익 분배는 400억원 중 50억원을 넣었으니, 정확히 12.5%를 받게 된다.
-올 겨울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아직 자금이 완전히 세팅된 상태가 아니어서, 단언할 수는 없다. 아마도 11월에서 내년 2월 사이에는 촬영에 들어갈 거고, 개봉은 2009년 여름을 내다보고 있다.
-얼마 전 박철수 필름을 인수·합병하면서 <301·302> <학생부군신위>를 미국과 합작으로 리메이크한다고 발표했다. 이제 해외시장쪽으로 방향을 맞추는 건가.
=<조폭마누라3> 때 관객 180만명이 들었는데 25억원 손해를 봤다. 도대체 그런 성적표가 어딨나. 영화를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도 하다가 합작으로 눈을 돌렸다. 사실 나 혼자 100원 먹는 것보다 둘이 1천원을 나눠먹는 것이 훨씬 크지 않나. 미국의 배급망을 통해 전세계 개봉을 하면 한 나라에서만 수입을 올린다 해도 150개국으로 따지면 그게 얼마인가. 미국을 미워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