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정시아] 주문을 외워, 촤아~!
2008-04-03
글 : 강병진
사진 : 오계옥
<색다른 동거>의 배우 정시아

한때는 찰랑대는 머릿결을 날리던 샴푸의 요정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융통성없는 정시아’다. 2년간의 공백이 만들어낸 이 간극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두근두근 체인지>에서 연기했던 신비 덕에 안티 팬카페를 점조직으로 결집시켰던 그녀가 현재 <무한걸스>에서 보여주는 낯선 모습들은 언뜻 재기를 위한 치열한 몸부림처럼 보이기도 했다. 음정, 박자 맞는 곳 하나없이 노래를 부르거나, 졸면서 촬영하다 걸려서 난데없이 춤을 추거나, 성깔을 드러내다가도 김신영의 배치기를 당할까봐 움찔한다. 심지어 그녀를 잡은 원숏이 가장 많이 품는 자막은 “멍~”이다. “사실 처음에는 독한 마음도 있었죠.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면 더이상 어떤 기대도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사실 저를 두고 예쁜 척한다, 공주병이다 그러는 건 억울해요. 저 정말 원래 그런 성격이거든요. (웃음)”

<무한걸스>의 여섯 멤버 중 한명으로 사는 동안 정시아는 이미 많은 정보를 노출했다. 초등학교 시절 행동발달사항에는 “성실하지만 마음이 여리고 융통성이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었고, 바람둥이 가수 A군이 그녀에게 대시했었으며, 옛날 매니저는 돈을 떼먹고 잠적했었다. 그리고 “이렇게 개그만 하다가 연기는 못하는 거 아니냐”며 울상을 짓던 그녀는 어느 날 영화에 캐스팅됐다. TV영화인 <장항준 vs 김정우>에서 그녀는 김정우 감독이 연출한 <색다른 동거>의 주인공 수아를 연기했다. 25년 동안 한번도 섹스를 해본 적이 없는 남자에게 나타난 섹시한 귀신. 하지만 그녀가 큰맘먹고 발휘한 융통성 덕분에 섹시하기만 했던 수아는 “귀엽고 사랑스럽고 무섭기까지 한” 수아로 변신했다. “감독님한테 많은 이야기를 했죠. 실제 성격도 그렇고 <무한걸스>의 이미지도 있기 때문에 더 귀엽고 엉뚱한 느낌의 여자였으면 좋겠다고요. 덕분에 데뷔 이래 처음으로 배우라는 직업을 정말 기쁘게 느꼈던 것 같아요.” TV와 인터넷을 끊고 집에만 갇혀 폐인처럼 지냈던 지난 공백기에 비하면 요즘은 그녀에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나날들이다. 처음에는 “기가 세보여 무서웠던” <무한걸스>의 멤버들로도 자리를 잡았고, 그토록 원하던 연기도 다시 시작했다. “사실 고민이 없지는 않죠. <무한걸스>를 하다보니까 이제는 저도 모르게 웃겨야 한다는 조바심이 생기기도 해요. 그런데 이제는 힘든 게 없어요. 저한테 주어진 일만 잘하다보면 언젠가는 진짜 배우가 되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하긴 송은이 언니는 힘들고 외롭고 슬프고 아플 때면 <무한걸스>의 주문을 외치라고 하지 않았던가. “촤아~!!!”

의상협찬 바네사 부르노, 지나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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