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내가 숨쉬는 공기> 첫 공개
2008-04-01
글 : 김도훈

일시 3월 31일 오후2시
장소 용산 CGV
개봉 4월9일

이 영화

희노애락(喜怒哀樂)의 이름을 딴 네 주인공들의 이야기, 해피니스(포레스트 휘태커)는 조작된 경마에 돈을 걸었다가 갱스터 핑거스(앤디 가르시아)에게 빚을 지고 결국 은행을 털다 죽는다. 핑거스의 부하 플레져(브렌든 프레이져)는 간헐적으로 미래를 볼 수 있으나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에 낙담해 거의 감정을 잃어버린 남자. 그는 핑커스에게 학대당하는 10대 팝스타 소로우(사라 미셸 겔러)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녀를 구하려다가 결국 죽음을 당한다. 의사 러브(케빈 베이컨)은 남몰래 사랑해온 친구의 아내(줄리 델피)를 살리기 위해 세상에 2%만이 가지고 있다는 희귀 혈액을 구하려고 뛰어다니고, 혈액을 가진 소로우를 만나게 된다.

100자평

포레스트 휘테이커, 앤디 가르시아, 브랜든 프레이저, 사라 미셸 겔러, 케빈 베이컨, 줄리 델피 주연의 영화를 한국 감독이 감독했다? 이것만으로도 포장에 약한 한국 관객들은 껌뻑 죽을만 하다. 하지만 정작 내용만 따진다면 <내가 숨쉬는 공기>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자를 중심으로 엮인 옴니버스물이라는 설정은 고루하다. 영화의 빈약한 철학은 통제가 되지 않은 자아도취와 엮여 심각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거의 모든 부분을 다른 장르 영화들에서 훔쳐온 캐릭터와 대사에서는 신선함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재료를 가지고 여전히 설득력 있는 연기를 보여준 직업 배우들의 성실함과 능력은 칭찬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더 좋아보이는 건 아니다.
- DJUNA/ 영화평론가

희노애락을 캐릭터들의 이름에 붙인다는 건 적어도 할리우드적인 아이디어는 아니다. 왜냐면 그들의 이름이 플레져, 소로우, 해피니스, 러브가 되는 순간 영화는 스스로로부터 상상력을 제거하기 때문이다(사실 더 큰 이유는 영화가 좀 우습게 받아들여질 여지가 다분하다는 거다). 어쨌거나 희노애락의 이름을 씌운 각각의 할리우드 스타들이 꽤 괜찮은 호연을 보여주니 다행이다. 다만 그들을 우연으로 이어주는 방식이 너무 고리타분하게 우연적이어서 좀 김이 샌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숨쉬는 공기 어디에나 있달까.
- 김도훈/ <씨네21>기자

한물 간 ‘Garbage'풍의 노래가 쿵쿵거리는 시작부터 이상하다 싶었다. 이어서 CF출신 감독들도 이젠 안 쓰는 기법들이 척척 나온다. 정보 없이 보았다면 <내가 숨쉬는 공기>는 영락없이 ’90년대 인디영화제용 영화다. 이지호 감독은 10년 전에 이 영화를 만들었거나, 최소한 <크래쉬> 이전에 발표했어야 했다. 여기까진 영화의 스타일과 구조에 관한 말이다. 감독이 착각에 빠졌건 향수에 젖었건 그건 그의 자유라 치겠는데, 영화의 내용 또한 뻔하고 수박 겉핥기식이어서 주제를 논하기가 민망한 수준이다. 인생을 행복, 기쁨, 슬픔, 사랑으로 분석한 오랜 경구를 밋밋한 상투어로 만들던 영화는 ‘돈다발의 환희’라는 미국식 결말을 맺고 만다. 재미교포인 감독은 한국 상영판의 필름에 ‘심장과 한국’을 운운해놓았다. 남은 문제는 그것이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을 지휘한 사람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해서 극장을 찾아야 하는걸까?
- 이용철/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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