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아일라 피셔] 무려 보랏의 여자
2008-04-10
글 : 오정연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의 아일라 피셔

“제 과거를 영화로 만들면 어떤 장르가 되냐고요? 코미디에 가까울걸요?” 왜 아니겠나. 순진한 처녀행세에 막무가내 떼쟁이 말투를 따라하는 ‘색정녀’로 대변신한 끝에(<웨딩 크래셔>) 주연의 인기까지 빼앗았던 이 여자, 무려 ‘보랏’의 여자다. 스코틀랜드 출신 부모를 두고, 오만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란 그의 이름은 아일라 피셔(Isla Fisher). 빈스 본(196cm)과의 열연으로 스타덤에 오르고, 사샤 바론 코언(191cm)과 약혼한 뒤 딸을 낳은데다가, 최근에는 라이언 레이놀즈(189cm)와 짝을 이룬(<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 그는 160cm의 단신이다. 눈에 띄는 빨강머리까지 더해지니, 그의 외모며 파트너와의 궁합 역시 (굳이 따지자면) 코미디에 가깝다. “사샤와 나의 사진이 꽤 언론의 인기를 끌더군요. 나는 마치 서커스 광대처럼 보인다니까요.” “코미디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별난 괴짜는 남자들이 맡게 마련이니까. 그런데 사샤가 말하더군요. ‘당신은 정말 웃겨. 자연스럽게 행동하면 된다고’.” “누군가의 배꼽을 보면서 호흡을 맞추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그(빈스 본)는? 언제나 ‘그거 정말 웃긴데’라며 자신감을 불어넣어줬어요. 그가 나를 웃기게 생각한다는 사실이 정말 힘이 됐어요.” 자기비하와 존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노련한 유머에 사생활을 감추는 엄격함까지. 수준급의 자기 보안을 유지하는 약혼남에게 많은 걸 사사받은 걸까. 대신 코미디와 심각한 장르 드라마를 오가던 필모그래피가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에 이르러 자신의 이미지에 가장 근접한 모양이다. 클린턴 선거 캠프에서 복사를 담당했던 에이프릴은 정치에는 무심하고, 여행을 사랑한다. 몇달 뒤 어디에 있을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자유분방함이 매력이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잡아주기를 바라는 불안함도 감지된다. 18살부터 21살까지 호주 소프오페라 스타로 경력을 시작한 피셔의 과거와 통한다. “내 능력이 얼마만큼인지 알아야 했어요. 하는 일에 대한 확신도. 무대에 서고 싶었고, 훈련도 필요했죠.” 스무살에 두권의 청소년 소설을 내고, 프랑스며 영국의 연기학교로 자신을 내던졌던 그의 조바심은 이제 의연함이 대신했다. “개인적인 걸 모두 이야기해서 기자들을 기쁘게 하는 것도 좋지만, 곧 깨닫게 되더군요. 과연 사람들이 배우의 사생활을 많이 알게 됐다는 이유로 그 영화를 보러가겠다고 결정할까?” 아, 물론, 그와 ‘보랏’이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여전히 궁금하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사진제공 U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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