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미스터리다. 쉽게 눈치챌 수 없는 단서가 관계를 변화시키고, 언제나 유사한 이유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우리의 중첩되는 연애사(史)는 단아한 기승전결을 지닌 영화 속 로맨스와는 거리가 멀다. 꼬마숙녀 마야(애비게일 브레슬린)가 이혼을 앞둔 아빠 윌(라이언 레이놀즈)에게 청하여 듣게 되는 ‘지난 여자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 세 여자 중 진짜 엄마가 누구인지를 맞혀보라는 아빠의 제안에, “미스터리 러브스토리란 말이지?”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마야의 야무진 대사는 영화의 주제인 셈이다.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는 워킹 타이틀에서 시나리오작가로 활약했던 애덤 브룩스의 감독 데뷔작이다. 영화적인 뿌듯한 결말 그 이후(<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 로맨틱코미디의 상황에 개입된 현실적 커리어와 선택(<윔블던>) 등 그의 전공은 ‘그래서 그와 그녀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로맨틱(코미디)물의 공식 이면을 파헤치는 것이다. ‘확실히, 아마도’(Definitely, Maybe)라는 원제의 우유부단한 느낌 그대로,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의 주된 동력은 사랑을 앞두고도 지나친 너와 나의 지지부진함 그 자체다.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에서 솔직한 욕망을 드러내 앤디를 겁먹게 했던 엘리자베스 뱅크스는 다소곳한 첫사랑 에밀리로, 자신의 지적인 이미지를 변주한 레이첼 바이스는 야심찬 저널리스트 섬머로, 백치미를 가장한 똑순이 이미지가 완연한 아일라 피셔는 자유분방한 에이프릴로, 확연한 차이가 강조된 각자의 매력이 오히려 비현실적인 세 여인이 윌의 20대 내내 등장과 퇴장을 거듭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스칼렛 요한슨의 남자친구로 더 유명한 라이언 레이놀즈의 윌은 다소 밋밋한 매력남에 그친 느낌이다. 반면 클린턴의 선전과 스캔들을 비롯하여 커트 코베인과 바네사 윌리엄스, 벨 앤드 세바스찬까지, 90년대 미국 혹은 뉴욕의 정치문화사는 적절하게 현실적인 풍경이 되어준다.
2월14일 북미 개봉한 밸런타인데이용 영화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의 목표는 명백하다. ‘돌이킬 수 없는 결정적인 실수는 없다’는 현실적인 주제를 통해 로맨스의 환상을 교묘하게 부추기는 결말은 예상했던 바다.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사고친 후에> 등 (로맨틱)코미디의 정치적 한계를 유쾌하게 넘나드는 주드 애파토우식 유머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지는 요즘, 로맨틱코미디 역시 웬만한 삐딱함으로는 승부 가리기가 힘들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