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베이징] <로스트 인 베이징>, 싸움 걸다
2008-04-16
글 : 김희정 (베이징 통신원)
배급·상영 중지라는 중징계를 철회하라며 SARFT 상대로 소송
<로스트 인 베이징>

지난 1월 중국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SARFT)으로부터 배급과 상영 중지라는 중징계를 당한 <로스트 인 베이징>(원제: 핑궈)이 SARFT를 상대로 소송 중이다. 제작사인 베이징 로레알의 대표 팡리는 지난 3월12일 영화에 내려진 중징계를 철회하고 상영 허가를 내달라며 저작권 문제를 다루는 베이징시 제1중급인민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 중국에서 영화에 행해진 정부의 제재에 불만을 제기하고 고소까지 간 예는 이번이 처음이라 관련업계 종사자들과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지만, 문제는 이미 고소장 제출 한달이 가까워오는데도 법원은 묵묵부답이라는 사실이다.

중국행정소송법상 법원은 고소장을 받은 뒤 7일 내에 조사를 거쳐 입안을 하든지 혹은 적법성을 따져 수리 결정을 내리고 통보해야만 한다. 하지만 20여일이 지난 시점까지 법원은 아무런 회답을 주지 않고 있다. 정부의 징계로 향후 2년간이나 영화제작을 금지당한 팡리는 이런 법원의 침묵에 또 한번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왜냐하면 지난 1월의 갑작스런 배급과 상영 중지 명령도 어떠한 법률적 문건 없이 전화 한 통화와 인터넷상에 오른 ‘금지령’ 통보로만 행해졌기 때문이다. 이후 제작사는 광전총국에 해명과 법률적 근거를 신청했으나 아무런 회답도 받지 못했다.

<로스트 인 베이징>쪽은 (광전총국 홈페이지와 언론상에 발표된 대로) 외설적 표현이 담긴 영상물이 심사를 통과하지 않은 채 인터넷에 유포되고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런 행위가 건강한 영화 문화를 해치는 행위라는 게 제재 이유라는 걸 알고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온라인에 상영된 것은 불법 DVD로부터 나온 소스였고 제작사도 피해자에 다름 아니다. 제작사로서는 영화의 상영을 위해 감내했던 6번의 심사과정과 56차례에 걸친 수정, 17분의 삭제라는 노력이 보람도 없이 최소 300만위안 이상의 손실과 2년간 제작 불가로 귀결된 것을 지나친 처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광전총국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제재와 통보방식은 <색, 계>에 출연한 여배우 탕웨이의 광고가 텔레비전에서 순식간에 내려질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설명도 없었지만 광고주나 제작사들은 감히 공개적으로 묻지도 못했다.

광전총국은 최근 좀더 엄중한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상영허가증을 받은 영화라도 온라인상으로 배급하려면 ‘온라인 상영허가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절차를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국영(급) 회사만 허가증을 신청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중국 3대 포털사이트 중 하나지만 민영으로 운영되는 ‘소후’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형편이다. 가뜩이나 배급 루트가 적은 저예산영화들에도 답답한 소식이다. 이번 소송 사건이 정부를 향한 중국영화계의 기나긴 저항과 싸움의 시작이라고 보는 견해 뒤에는 올림픽을 지나면 정부의 간섭과 제재가 더욱 심해질 거라는 영화계 내부의 심각한 우려도 있다. 팡리가 건 싸움이 부디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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