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다이앤 레인] 여전히 아름다운 어머니이자 연인
2008-04-17
글 : 주성철
<킬위드미>의 다이앤 레인

“요즘 제 처지와 가장 비슷한 영화라고 할까요?” <킬위드미>에서 다이앤 레인이 연기하는 제니퍼 마쉬 요원은 싱글맘이다. 물론 심각한 부부싸움으로 남편인 조시 브롤린이 경찰에 연행되는 일도 있었지만 실제 다이앤 레인이 싱글맘은 아니다. 아마도 딸과 그 딸을 보살펴주는 어머니와 셋이서 사는 영화 속 제니퍼와 비교해, 그녀 역시 실제 10대 중반에 이른 한딸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현실과 영화를 비교했을 것이다. 그 아이는 바로 1994년 이혼한 전 남편 크리스토퍼 람베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킬위드미>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오르며 두 번째 전성기를 열어준 <언페이스풀>(2002) 이후 그녀가 본격적으로 모성애를 연기하는 첫 번째 영화다. 짧게 등장한 <점퍼>(2008)에서 주인공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어머니를 연기하기도 했지만 사실 <킬위드미>는 <점퍼>보다 먼저 촬영한 영화다.

<투스카니의 태양>(2003)에서 여느 젊은 여배우들 못지않은 이성적 매력을 뽐냈던 것(물론 여기서도 베드신이 있었다), 그리고 <할리우드랜드>(2006)에서도 벤 애플렉과 불륜에 빠지던 모습과 비교하자면 <킬위드미>의 제니퍼는 그야말로 억척스럽다. 이제 와서 과거 <럼블 피쉬>(1983)와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1984)에서 인형 같은 외모를 뽐내고, 본 조비와 사귀며 화제를 몰고 다니던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내자면 다소 새삼스럽지만 그렇게 그녀는 진짜 ‘엄마’가 됐다. 말끔한 정장이 아니라 때로 날렵한 러닝 차림이 어울리는 제니퍼는 종종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린다 해밀턴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강한 여자다.

게다가 <킬위드미>에서 다이앤 레인은 완전한 노메이크업으로 출연한다. 사이버 수사대 요원이기에 밤새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기 때문이다. 딸은 온전히 친정엄마의 몫이고 집은 그저 쉬는 곳일 뿐이다. 게다가 사별한 남편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다. 남편이 과거 훌륭한 형사였다는 것이 동료 형사의 입을 통해 얘기되지만 제니퍼는 딱히 회상에 잠기지 않는다. 으레 이런 영화에서 보일 법한, 재혼을 하라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도 없고 아빠가 보고 싶다는 딸의 투정도 없다. 오직 제니퍼와 어머니, 그리고 딸의 현재가 중요할 뿐이다. 그것은 바꿔 말해 무작위적인 범죄가 판치는 끔찍한 영화 속에서, 현실적으로 여자들이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제니퍼는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여자다. 다이앤 레인은 영화 속 완전한 FBI 요원이 되기 위해 실제 FBI 요원을 만나 모든 것을 연구했다. 기상부터 잠들기까지 사소한 행동패턴, 범죄자들에 대한 분석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얘기를 빌리자면 ‘다이앤 레인이라는 존재를 잊고 지낸’ 시간들이었다. 그것은 또한 <패닉 룸>(2002), <플라이트 플랜>(2005), <브레이브 원>(2007)을 통해 이미 오래전부터 남편 없이 딸과 가정을 지켜온 선배 조디 포스터를 따르는 것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다이앤 레인 스스로 그동안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해왔던 장르와 캐릭터의 영화가 바로 <킬위드미>다. “어렸을 땐 지금 나이쯤 되면 그냥 편하게 집에서만 지낼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더 연기 욕심이 많아진다”는 그녀의 얘기에 딱 들어맞는 영화다. 그럼에도 그녀의 많은 팬들은 여전히 <언페이스풀>에서 바람과 함께 찾아온 꿈결 같은 사랑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보상받을 것이다. 리처드 기어와 함께 우연히 찾아온 사랑을 그려낼 <나이트 인 로댄스>의 촬영을 막 끝마쳤기 때문. 총을 든 엄마이건, 뒤늦게 찾아온 사랑에 설레는 유부녀의 모습이건, 다이앤 레인은 우리에게 여전히 아름다운 여인이다.

사진제공 쌈지아이비전영상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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