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존 조] “아시아계 배우로서 자랑스럽다”
2008-04-17
글 : 김경미 (자유기고가)
미국 개봉을 앞둔 <해롤드와 쿠마2>의 배우 존 조

오는 4월25일 미국 개봉을 앞두고 있는 <해롤드와 쿠마2>(Harold & Kumar Escape from Guantanamo Bay)는 전편의 저조한 극장수익(1800만달러)에도 불구하고 홈비디오 시장에서 3천만달러의 수익을 낸 작품이다. 홈비디오 시장에서 선전한 덕에 작가 존 허위츠(31)와 헤이든 슈로스버그(29)는 1편의 감독이 떠난 자리를 메워 감독 데뷔의 기회를 만들었고, 배우 존 조, 칼 펜, 닐 패트릭 해리스가 다시 뭉쳤다. 최근 2009년 J. J. 에이브럼스 감독의 야심작 <스타트렉>의 스타십 엔터프라이즈 멤버인 ‘술루’ 역 촬영을 끝내고 <해롤드와 쿠마2>의 개봉준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존 조(35)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해롤드와 쿠마>의 성공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결혼도 했고 영화 커리어도 많이 늘었다. 이 영화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전보다 많은 대중이 나를 알게 되었다. 무척 행복하고 특히 아시아계 배우로서 자랑스럽다. 성적 유머나 (인종차별에 대한) 유머들이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좋은 영화였다. 우리가 이런 영화를 만들어서 성공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감독들이 아시아계 친구들에게 영감을 받아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다.
=내가 연기한 캐릭터 ‘해롤드 리’는 감독들의 진짜 한국계 친구다. 지금은 내 친구가 되었고, 지난 일요일에 (LA에서) ‘진짜’ 해롤드와 저녁을 같이 했다. 현재 변호사다. 맛있는 한국 갈비를 정말 많이 먹었다. (웃음) 해롤드 리 친구들은 그를 존 조라고 부른다. 그를 영화에 출연시켜야 한다. (웃음)

-작가 출신 신인감독과 일하는 과정은 어땠나.
=신인감독들이지만 매사에 열정적이고 현명하게 대처했다. 또한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주요 스탭들을 잘 고용했다. 1편을 만들 때 대니 레이너 감독이 관례와 달리 작가들을 촬영장에 같이 있도록 허락해주어 전편부터 작가들과 친하게 지냈다. 영화 만드는 과정 자체가 매우 긴 작업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열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은 열정을 태우는 가운데 중심을 잃지 않아 좋았다.

-함께 연기한 칼 펜과 당신은 실제로는 정반대라던데.
=칼 펜은 정말 시니컬한 친구다. 칼 펜에 비하면 나는 훨씬 가벼운 것 같다.

-촬영 때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었나.
=제작비가 넉넉지 않아 감독이 테이크를 3번 이상 안 갔다. 내 생각에 옳은 정서나 느낌이 아닌 테이크가 있었는데, 그 다음 촬영으로 넘어가야 했기 때문에 그 점이 무척 아쉬웠다. 그러나 관객이 내 우려와 달리 많이 웃어줘서 기뻤다.

-본인이 공감하는 역할을 맡아 흥행까지 되고 운이 좋았다.
=그렇다. 그러나 행운도 때론 만들어지는 것 같다. <아메리칸 파이>의 출연을 계기로, 누군가가 <해롤드와 쿠마>의 주연으로 존 조가 적당하다고 생각할 거라곤 상상을 못했다. 단지 어린 캐릭터를 기회가 닿는 대로 연기했었다. 누가 나를 보고 있을지 이후에 어떠한 기회가 생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아시아계 배우로 한정된 역할 때문에 걱정했는데, 여전히 그런가.
=지금은 내 영화 경력과 노력을 통해 아시아계 배우로 일하기가 더 쉬워졌다고 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무렵, 전혀 연기 기회가 없을 때 아시아인의 전형적인 이미지나 나쁜 이미지의 배역은 거절했다. 당시에는 아시아계 배우로서 연기 기회가 적고 불리하다는 것이 놀라웠다.

-당신을 비롯해 ‘비’(정지훈)도 워쇼스키 남매와 같이 일하는 등 한국 배우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이할 정도의 발전이고, 훌륭하다. 10년 전에 연기를 시작했을 때 내 주변에는 매우 적은 수의 한국계 배우들이 있었다. 대부분 중국계, 일본계였고. 지금은 나 이외에도 샌드라 오, 김윤진씨도 있어 전혀 외롭지 않다.

-앞으로 어떤 연기가 하고 싶나.
=미국 관객은 코믹연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액션, 로맨스 같은 다른 배역에도 관심이 있나.(여기까지가 질문인지???) 영화경력을 계획한 적은 없다. 시나리오를 읽고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보는 편이다. 배역을 결정하는 데 시나리오가 가장 중요하다. 내게 별로 감흥이 없는 연기는 안 하려고 하는 편이다. 나 자신이 흥분되지 않은 역할을 맡아 감정을 끌어내는 것은 힘든 일이다.

-최근 촬영을 끝낸 J. J. 에이브럼스 감독과의 <스타트렉> 작업은 어땠나. 어떻게 술루 역을 맡았나.
=개인적으로 이런 말을 잘 쓰지 않는데 그는 정말로 ‘천재’다. (영화제작에 대해) 매우 잘 알고 현명하다. 감히 ‘마스터 오브 필름 메이킹’이라고 말하고 싶다. 각각의 스탭 하나하나가 뭘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디테일을 다 알고 있다. 게다가 연기자들의 말을 경청하고, 친절하고 섬세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오디션에 참가했고, 그렇게 역할을 따냈다. (뿌듯)

-함께 일하고 싶은 한국 감독이 있나.
=한국 감독과 일하는 것이 꿈이다. 내 한국어가 연기할 정도로 능숙하지 못해 아쉽다. <웨스트 32가>를 찍을 때 심정적으로 좀더 가깝게 느끼는 연기를 해서 좋았다. 앞으로도 그런 기회가 생기면 꼭 하고 싶다. 한국 감독들만이 가지고 있는 영화적인 관점, 태도, 재능 모두 매우 훌륭하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랑 일하더라도 모든 크리에이티브한 면, 영화적 비전들을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에서 만들어, 한국에서 만든 영화들처럼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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