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현실에서 건강한건 꿈이 있기때문” <와이키키 브라더스> 박원상
2001-11-07
글 : 최수임
사진 : 정진환

저마다 다른 ‘개인기’를 가지고 있는 <와이키키 브라더스> 멤버들 중에서도 오르간주자 ‘정석’의 개인기는 눈에 띈다. 바로 ‘여자 꼬시기’, 그리고 강한 ‘생활력’. 옮겨다니는 도시마다 드러머 강수가 찍어둔 여자는 속속 다 손을 대 결국 칼을 맞는 정석은, 한편으론 클럽주인이 여자보컬을 내세우는 새로운 ‘무대편성’을 감행하자 냉큼 ‘스카우트’돼 밴드를 이탈하는 현실파이기도 하다. 밉되 미워하기 어려운 정석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해낸 박원상은, 그러나 실제로는 정석과 전혀 다른 인상을 가진, 가족적이고 깔끔하고 매너 좋은 사람. 영화에 나오는 긴 머리는 붙인 것이란다. 옷을 입은 품새나 행동거지가 정석은 물론이고 배우치고도 너무 단정해 꼭 어느 회사의 영업사원 같은 그는, 스탭들 사이에서도 제일 ‘젠틀’하다는 평을 들었다.

“아직 연기를 연기로 해서 그런 건지….” 박원상은 스크린, 혹은 무대 위에서와 현실의 자신 모습이 전혀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연기를 잘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평가하고 있었다. 연극 무대에서 속칭 ‘쌈마이’ 역할을 주로 맡는다는 그는, 무대에서 내려오면 사람들이 다 자기를 못 알아봐, 언제부턴가 그런 고민이 생겨났다고. 그런 그가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는 정석과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생활력’이라는 개인기, 그리고 음악에 몸담았던 이력이다. 대학 졸업 뒤 6년간을 연극계에 머물며 꾸준히 ‘밥벌어먹고’ 살아온 사실이 그의 생활력을 증명한다면, 대학가요제 은상 트로피가 음악에 대한 그의 끼를 보여준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는 1993년 대학가요제에 남성트리오 ‘블루스’의 멤버로 <아무 말도 말아요>를 불러 은상을 탔다. 그러나 그때도 노래만 했지, 건반을 다룰 줄은 몰랐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오르간주자가 되는 바람에 촬영 전 2개월 동안 맹연습을 했다고.

차이무 극단의 주요멤버로, <비언소> <평화씨> <통일익스프레스> 등 연극을 주로 해온 그가 첫 출연한 영화는 <세친구>였다. <씨네21>에 난 조단 역 모집 광고를 보고 문구점에서 이력서를 사서 보냈다고. 캐스팅결과는 폭력배 고참이라는 단역으로, 딱 1신에 나왔다. 다음 영화는 <킬리만자로>. 역시 단역을 맡아 영화 초반 박신양이 쫓기는 장면, 딱 1신에 나왔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에는, <와이키키…> 조감독이 그의 연기가 담긴 단편테이프를 임 감독에게 보여줘 캐스팅됐다.

“<와이키키…>에서 인물들이 걸어가는 길이 관객 보기엔 갈 데까지 갔구나 하겠지만, 그게 본인들에겐 절대 끝일 수 없다. 생계를 위해서 하지만, 꿈마저 버렸다면 활동을 못할 것이다. 현실에서 그나마라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건 꿈이 있기 때문이다.” 박원상 본인에게, 그런 꿈은 단연 연극이다. 언젠가 작은 극장을 갖고 극단을 운영하는 게 그의 꿈. 40, 50 돼서도 현장에서 후배들과 기분좋게 술잔 기울이며 있을 수 있기를, 그는 바라고 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기점으로 영화에서도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그는, 요즘 강력계 형사 역을 맡아 <정글쥬스>를 촬영중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