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오는 5월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열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33번째는 이형표 감독이 기증한 사진집입니다.
이형표 감독은 이구영 감독의 집에서 가정교사 일을 할 때 영화감독 권유를 받고 대학 졸업 뒤 미공보원(USIS) 영화과에 취직해 제작현장에 처음 발을 들였다. 이후 <CBS> <NBC> TV특파원으로 뉴스와 기록영화를 제작했고 미국 파라마운트사가 제작한 오언 크렘프 감독의 3D 입체영화 <휴전>의 조감독, 국립영화제작소 현상소 시설운영 전담을 거쳐 1958년 신필름에 기술부장으로 입사했다. 각본, 촬영, 연출, 편집, 미술, 분장, 특수효과에 이르는 제작 전반에 고루 능력을 갖춘 보기 드문 영화인으로 1961년 최초의 컬러 시네마스코프 영화 <성춘향>의 촬영감독을 맡아 한국영화 기술의 새로운 장을 열기도 했다. 1961년 연출 데뷔작 <서울의 지붕밑>과 1964년 <말띠 여대생>이 크게 성공하면서 대중의 감수성을 잘 읽어내는 상업영화 감독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형표 감독이 기증한 사진집은 1950년 겨울 미공보원 시절부터 시작된다. 당시 함께 활동했던 한형모, 최호진, 이성휘 촬영감독과 배우 김일해의 모습과 동시녹음 촬영현장을 비롯하여 아이모와 아리플렉스 카메라, 이동 영사차 등 현장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70년대 중반까지 ‘흥행보증’ 감독으로서 매년 대여섯편의 영화를 감독했고 80년대에는 전시기획자로서 활동했으며, 한국 최초의 360도 서클비전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던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감각을 동시에 지닌 이형표 감독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