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싱>에서 준이 역을 맡은 (신)명철이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이 영화를 하게 된 건 <눈부신 날에> 스틸을 본 제작진이 연락을 해와서다. 이번에도 아버지와 자식의 이야기인데다 내 입장에선 극중 아이의 이름까지 전작과 똑같이 준이여서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명철이에게 접근하는 데 공을 좀 들였던 것도 그 때문이고. 그런데 명철이가 워낙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라서 상당히 애를 먹었다. 어떤 아이냐면 말수는 없는데 책임감은 또 엄청 강하다. 자기가 못하면 다른 형, 누나들이 고생한다고 생각할 정도다. 우는 장면이 있으면 아예 전날부터 운다. 슛 들어가기 직전 아니면 컷 소리가 난 뒤의 몇초 동안 스틸을 찍어야 하는데, 그렇게 책임강 강한 명철이는 컷 하면 곧장 감정을 숨겨버린다. 숨을 곳 없는 사막에서 명철이와 끊임없이 숨바꼭질을 벌였야 했으니. 위 사진은 아마도 좀처럼 보지 못했던 명철이의 평온한 표정 때문에 카메라를 들었던 것 같다 . 5박6일 동안의 사막 촬영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때였는데, 갈 때가 되니까 처음과 달리 사막과 풍경이 아쉽더라. 적응이 된 거지. 명철이가 자신의 감정을 조금 내보여준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그냥 내 착각인지도 모르겠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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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이성진 스틸 작가(<눈부신 날에> <크로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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