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가장 많은 성(姓)은? 다나카? 나카무라? 틀렸다. ‘사토’라는 성이다. 한국으로 말하면 김씨나 이씨, 혹은 박씨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전국의 사토상! 당신들은 너무 많기 때문에, 조금만 그 수를 줄이겠습니다.” 뭔가 섬뜩하면서도 흥미로운 이 문구는 지난 2월2일 개봉하여 2개월 반이 지난 지금까지 흥행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는 화제작 <리얼 술래잡기>(リアル鬼ごっこ)의 홍보 카피다. 30개관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현재 약 4억엔의 박스오피스를 향해 돌진 중이다.
언제부턴가 원인도 이유도 없이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간다. 감전사, 돌연사, 자살 등 사인은 여러 가지지만 공통점은 단 하나, 전원이 ‘사토’라는 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삼십육계 줄행랑’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불량학생 사토 쓰바사가 상대 패거리에게 걸려 위기에 처한다. 바로 그 순간 그는 이상한 힘에 의해 평행우주로 빨려들어간다. 이 세계에서는 일본 국왕의 명령으로 새까만 도깨비 인간들이 전국의 ‘사토상’을 잡아죽이는 ‘리얼 술래잡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유는 ‘사토’라는 성을 가진 국왕이 자신 외의 ‘사토’는 용납할 없다는 것이다.
젊은 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원작자 야마다 유스케는 지난 2001년 스무살의 나이에 <리얼 술래잡기>의 원작을 썼다. 원작의 기발한 설정과 세계관, 스릴 넘치는 우화적 스토리에 매료된 시바타 잇세이 감독은 2년간의 시나리오 작업을 거쳐 영화화의 꿈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초저예산이기에 조명도 부족하고 CG도 소박하지만 “배우들이 펼치는 리얼한 육체의 약동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대로 <리얼 술래잡기>는 저예산영화의 미덕인 박력있는 화면을 보여준다. 주연은 <밤의 피크닉>의 이시다 다쿠야와 <카나리아>의 다니무라 미쓰키, <크로우즈 제로>의 완소남 다이토 순스케가 맡고 있다.
컴퓨터 서바이벌 게임을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특히 초·중·고 남학생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듯하다. 누계 100만부를 돌파한 원작 소설의 메인 구매층도 남자 중고생으로, 극장 흥행이 판매부수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원작을 읽은 독자층이 그대로 극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 게다가 <베틀로얄>보다 부드러운 살인의 묘사는 초등학생까지 관객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