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마일로 벤티밀리아] 지극히 모범적인, 할리우드의 희귀종
2008-04-25
글 : 최하나
<패솔로지> <히어로즈>의 배우 마일로 벤티밀리아

살인은 유흥이며 시체는 장난감이다. 가장 교묘하게 살인한 자 혹은 가장 영민하게 사인을 밝혀내는 자가 승리하는 <패솔로지>의 잔혹한 경주에서 선두에 선 것은 발군의 능력을 음습한 게임에 남용하는 의사 테드. <히어로즈>에서 세상을 구하고자 했던 선량한 청년, 마일로 벤티밀리아가 냉혈한으로 돌아왔다. 모든 능력을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최고의 영웅임에도 끊임없이 회의하고 갈등하던 <히어로즈>의 여린 가슴, 피터 페트렐리가 깊게 각인되어 있을 관객에겐 생경한 동시에 그만큼이나 신선한 발견이다. <스타워즈>를 보러 극장을 찾던 어린 시절 “이십세기 폭스 로고가 떠오르는 것을 보며 느꼈던 떨림을 잊을 수 없어” 연기를 택했다는 벤티밀리아는 차근차근 모범적으로 스타의 길에 들어선 배우다. UCLA에서 연기를 전공했고, 단 한줄의 대사를 받은 TV시리즈 <프레시 프린스 오브 벨에어>의 단역으로 입문해 특유의 “성실함”으로 영토를 넓혔다. <스몰빌> 오디션에서 낙방했으나 제작진의 호감을 산 덕분에 <길모어 걸스>의 출연을 수확했고, 말랑한 반항기를 두른 소년 제스는 그를 하이틴 스타의 반열에 올렸다. 주로 호러영화의 조연급을 전전하던 스크린 경력도 <록키 발보아>로 대선배 실베스터 스탤론과 장단을 맞추면서 상승 곡선에 올랐다. “나는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별로 하는 것이 없다. 그러나 볼링만큼은 열심히 친다”고 말하는 벤티밀리아는 사생활에서도 지극히 모범적인, 할리우드의 희귀종이다. <히어로즈>가 안겨준 스타덤을 만끽하는 대신 그는 제작사 디바이드 픽처스를 차려 시나리오를 쓰고 틈나는 대로 단편영화를 찍는다. “나라고 해서 느긋하게 해변에 누워 있고 싶지 않겠나? 하지만 지금 내 앞엔 수많은 가능성들이 열려 있고, 선탠에 공들이기 위해 그걸 지나치지는 않을 거다.” 서른두살, 이제 막 성공의 달콤함을 맛본 벤티밀리아는 고결한 영웅이 안겨준 환희,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늘 그러했듯이 부지런하게, 한눈팔지 않고.

사진제공 EVERETT 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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