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서 주인공이 사는 동네 골목이 많이 나온다. 이날도 골목길 촬영이었는데, 감독님이 평소처럼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앉아 계시더라. (웃음) 한번 찍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계속하던 차에 포착한 순간이다. 감독님 자신도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그 사진을 굉장히 맘에 들어했다. 오죽하면 사모님께 뭔가 용서를 빌어야 할 일이 생긴 순간에 집 컴퓨터 바탕화면에 그 사진을 띄워놓을 지경이었다더라. 그 모습을 본 사모님이 너무 측은하다며 용서해주었다나. (웃음) 원래 영화 CG를 하다가 심산스쿨을 다니면서 안슬기 감독님을 알게 된 인연으로 스틸까지 찍게 됐는데, 상업적인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면이 <나의 노래는> 현장의 매력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의 집이며 생활 공간이 전부 좁고 열악한 환경이어서 추운 겨울방학을 이용해 찍는 촬영기간 내내 고생이 많긴 했다. 공간이 부족해서 사진 찍기도 힘들고, 방에 불을 못 때서 춥기도 하고. 촬영 첫날 하도 고생해서 나중에는 내복에 땀복까지 챙겨 입을 정도였다. 그래도 안슬기 감독님이 현장에서 화를 내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언제나 느긋하고, 세팅이 좀 길어져도 스탭들을 많이 기다려주는 편이고.”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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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백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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