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는 좀 치울까요?” 안성기가 손수 자리를 정돈하며 말했다. 사진기자의 요구에 따라 전주국제영화제의 로고가 빼곡히 박힌 벽 앞에 선 그는 이번엔 최정원을 향해 말을 건넨다. “혹시 선호하는 방향이 있어요? 나는 그런 거 없어요.” 미소 띤 최정원의 얼굴에 홍조가 번지더니 안성기의 왼쪽으로 자리를 바꾸며 말한다. “선배님, 최고에요!” 레드카펫 주위로 취재진이 모여드는 진풍경을 지나 대기실로 향할 때, 개막식 사회자로 두 사람이 어울리는 조합일까를 의심했던 마음은 사라졌다. 배우 경력으로나, 영화제 경력으로나 프로라 할 수 있는 안성기와 “두번째로 사회를 보지만 처음 같다”는 최정원은 베테랑 선배와 의욕충만한 후배라는 점에서 더 이상 찰떡궁합일 수 없었다. “9회까지 이어진 것을 보면 전주영화제에 대한 필요성은 분명하다.” 독립영화, 실험영화를 소개하는 장으로 다른 영화제들과는 차별화 되는 지점을 수립한 전주영화제에 대해 사회자로서 안성기는 기특하고 반가운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배우로서 한국영화에 대한 근심도 이어졌다. 작년보다도 올해가 더 어렵다고 설명한 그는 그러나, 예부터 우리는 잔치와 볼거리를 좋아하는 민족이 아니냐며 전주와 같은 영화제들로 인해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다시 일어설 것이란 희망도 내비쳤다. 부산영화제는 매년 찾았지만 전주는 처음이라는 최정원도 <이장과 군수> <대한이, 민국씨> 두 편 모두 전주 근방에서 촬영해서인지 친숙하다고 전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행사고 결혼식이고 사회자가 만드는 분위기에 따라 잔치도 되고 축제도 된다는 안성기 ‘선배님’의 말에 ‘후배’ 최정원이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독특한 분위기의 영화라고 들었다.” 일정이 바빠도 개막작은 꼭 보겠다는 최정원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두 콤비가 축제 분위기를 충분히 돋굴 수 있도록 리허설을 위한 시간을 남기며 대기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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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사회 맡은 안성기, 최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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