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xandra/2007/알렉산더 소쿠로프/95분/러시아, 프랑스/오후 5시/CGV 5
군인을 위한 모든 시설은 노인에게 얼마나 적대적인가. 거동도 부자연스러워보이는 노파가 군용열차에 몸을 싣고 군용 막사에 몸을 눕힌다. 체첸 공화국 내부에 위치한 러시아 캠프에서 근무 중인 장교 손자를 만나기 위한 알렉산드라의 여정이다. 군복만 입지 않았다면 그저 철없고 천진한 20대 초반으로 보였을 젊은 군인들이 지배하는 황량한 땅, 그리고 그 안을 누비는 노파의 발걸음이라니. 이상한 나라를 모험하는 앨리스의 그것처럼 낯선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건장한 손자의 도움을 받아 탱크 안으로 힘겹게 노구를 밀어넣은 알렉산드라가 장총을 손에 쥐어보고는 “(총을 발사하는 것이) 매우 쉬운 일이구나”라고 중얼거리는 순간. 언제나 영화를 통해 모국을 향한 애틋한 송가를 불러왔던 감독은 처음과 끝을 찾을 수 없이 실타래처럼 얽힌 민족과 역사의 문제를 해결할 만한 지혜를 간절하게 구하는 중이다. 경계근무를 서는 군인들에게 초콜릿과 담배를 사다주고, 남들은 벌벌떠는 장교 손자의 이마를 아무렇지도 않게 때리는 것은 할아버지도 아닌, 오직 할머니이기에 가능한 특권. 알렉산드라는 세상 모두의 어머니로서의 여성을 대변하고, 그녀의 머리를 애틋하게 땋아주던 장교 역시 알고보면 누군가의 손자일 뿐이다. 그런 그가 장총을 어깨에 건채 임무를 수행하러 떠나는 뒷모습은 그래서 더욱 슬프다. 지난해 칸 경쟁부문에서 상영됐는데, 순진무구한 정치의식에 대한 비판과 서정적인 반전영화로서의 칭찬을 동시에 받았다고. 그러나 어차피 개봉영화로 소쿠로프의 신작을 만나는 것이 요원한 대한민국의 관객이라면, 후회하지 않을만한 선택이 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인 폐허를 오래도록 응시하는 애정어린 풍경샷이며 모노톤처럼 보일 정도로 섬세하게 통제된 영화 전체의 색감 등 비주얼적인 면에서도 소쿠로프의 인장은 확연하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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