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루마니아식 리얼리즘의 애틋함 <캘리포니아 드리밍>
2008-05-02
글 : 오정연

California Dreamin’/2007/크리스티안 네메스쿠/155분/ 루마니아/오후 8시/전북대 문화관
미국과의 안좋은 기억 하나 없는 나라가 있을까. 영화의 처음과 중간, 2차대전 당시 공습상황을 묘사한 흑백화면은 앞으로 일어날 웃지못할 비극이 단지 해프닝이 아님을 보여준다. 1999년 NATO의 유고슬라비아 폭격을 위한 군사장비를 실은 기차가 루마니아의 간이역에 발이 묶인다. 마을의 실력자이자 기차역의 책임자 도이아루는 세관 문서를 요구하며 수송열차를 호위하는 미군 지휘자에 맞서고, 사람과 소가 같은 길을 사용할 정도로 작은 마을은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이들의 행보로 인해 분주해진다. 혈기 왕성한 미군들을 초대한 마을 잔치 시퀀스는 대표적인 예. 도이아루의 딸을 비롯한 마을의 젊은 처자들은 앞을 다퉈 미군들에게 돌진하다시피 몸을 던지고, 파업 중인 노동자들은 자신의 처지를 알릴 절호의 기회라 여기며 피켓을 들고 파티장에 난입하며, 마을 시장은 미국의 어딘가와 끈을 댈 수 있을지에 대한 궁리로 그저 바쁘다. 외모와 영어실력은 생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떠오른다. 착잡함과 유머, 애증이 몸을 섞는, 루마니아식 리얼리즘의 애틋함이 절묘하다. 언제나 적절한 온도를 유지할 줄 아는 핸드헬드도 큰 몫을 했다. 2007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수상작. 촬영 이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네메스쿠 감독의 미완성 유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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