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크레딧이 미처 다 올라가기도 전에 환호가 상영관을 채웠다. 주연배우 한효주와 이영훈을 만났다는 기쁨에 좌석에서 일어나 스크린 앞으로 밀려나온 <달려라 자전거>의 첫 관객들은 영화제 스탭의 장내 정리 멘트가 거듭될 때까지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플래시를 터뜨렸다. 2001년 단편영화 <신동양 수-퍼맨>을 만든 임성운 감독의 첫 장편 <달려라 자전거>는 첫사랑의 아픔을 성장통으로 겪어내고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하는 하정(한효주)의 이야기다. 첫 질문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관객에게 마이크를 돌리기가 무섭게 공중에 손들이 뻗어 나왔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과 가장 슬펐던 기억을 떠올려 보니 모두 첫사랑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에 첫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임성운 감독은 “첫사랑의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것은 집을 떠나 자신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는 말에 크게 공감해, 엔딩은 영화만들기 전부터 하정의 떠남으로 정해놨다”고 연출의도를 설명했다. 3년째 의식불명인 여자친구 소연을 돌보다 하정의 첫사랑이 되는 수욱(이영훈)이 소연의 환영을 보고 우는 장면에 관해 감독은 “누구를 사랑해서라기 보다는 인생에 대한 눈물이다. 나는 왜 이러고 있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두려움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이라고 설명해 해석에 도움을 줬고, 소연의 환영이 나타난 시점에서 한참 뒤에야 소연이 죽는 것에 대해서는 “소연은 의식불명 상태에서 수욱이 보고 싶어 나타난 것이지 죽은 것이 아니”라고 답해 시점에 대한 의문을 해소했다. 질문은 ‘경마’와‘비’ 등의 소재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장애를 가지고도 승리하는 경주마‘스노우퀸’은 감독이 고등학교 때 인상깊게 본 <리틀 로맨스>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설명에 이은 “경마도 해보면 의외로 재밌다”는 말에는 웃음이, “비는 하정의 마음에 흐르는 눈물”이라는 시적인 표현에는 환호가 이어졌다.
한효주와 이영훈 두 배우에 대한 팬심 짙은 질문도 끊이지 않았다. 하정이 세계여행을 떠나는 결말과 수욱과 하정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은 이런 질문의 빌미가 됐다. 가장 가고 싶은 나라로 이집트를 고른 한효주는 “1년 정도 긴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덧붙였고, 이영훈은 자전거 타는 장면에서의 “섬세한 어깨 연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답해 장내에 웃음을 유발했다. 다음은 감독의 마지막 설명이다. “영화를 유심히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발견할 거다. 절대적으로 의도한 것이다. 정말이다.(좌중웃음) 처음부터 끝까지 이 영화는 하정이 꾸는 꿈이라고 생각했다.”<달려라 자전거>는 5월6일 메가박스6관에서 한번 더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