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완고함 속에 번뜩이는 감각과 재치
2008-05-04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사진 : 조석환
<사이드카의 개>의 네기시 키치타로 감독

네기시 기치타로의 첫인상은 그의 영화 분위기와 많이 다르다. 아빠의 애인과 기묘한 여름방학을 보내며 성장하는 소녀의 이야기 <사이드카의 개>가 부드럽고 쾌활한 분위기의 영화라면, 그는 백발에 완고한 입술을 지닌 조용하고 진중한 분위기다. 오랫동안 니카츠의 로망포르노 시리즈를 만든 그의 경력을 감안하면, <눈에게 바라는 것> <사이드카의 개> 등 가족의 주제를 독특하게 다룬 그의 요즘 영화들은 좀 색다른 길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단정 짓지 말 것. '가족'은 늘 생각해온 테마라며 말하다가도 한편으론 “성과 섹스에도 여전히 흥미가 있다”며 말해 우리의 예상을 뒤엎는다. <사이드 카의 개>의 인물들인 침울한 아이 카오루와 수수께끼의 여인 요코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연출의도를 설명한 그는 “여름방학은 누구에게나 신나는 시기가 아니냐”며 아이 같은 표정을 짓기도 한다. 만화나 소설에 기대지 않고 독창성 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는 일본 내의 평에 아랑곳없이 이 번에는 소설이 원작인 <사이드카의 개>를 만들어 낸 기치타로는 그러나 원작에 없는 에피소드를 추가함으로써 자신만의 영화적 숨결은 결코 잊지 않았다. 31년째 영화를 만들어 온 '장인' 네기시 기치타로. 그가 말하는 영화의 매력은 무엇보다 공동작업에서 빚어지는 우연성이다. “면밀히 계획을 세워도 완성된 작품엔 우연적 요소가 많다. 그런 우연들이 필름으로 재생될 때 흥미를 느낀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 만나 우연적으로 새로움을 창조하는 과정이 좋다는 그가 <사이드카의 개>를 준비하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4년. “장소가 가진 분위기가 전달되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며 “아무 곳에서나 영화 찍을 생각은 없다”는 그에게서는 확실히 완벽주의자의 모습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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