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다리? 거기 볼 것 없는디 왜 가는겨?” 사진기자의 촬영 장비를 본 택시기사 아저씨가 ‘쌍다리’를 주문하는 우리를 수상히 여긴다. 그도 그럴 것이 개천을 두 개의 평행선으로 가로지르는 쌍다리가 위치한 전주천은 타지인에게 흔히 알려진 관광코스가 아니다. 아주머니들이 힘차게 파워 워킹을 하고, 교복 입은 학생들이 책가방을 멘 채 터벅터벅 걷는 이곳을 ‘명소’로 선정한 이유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전주천에서 촬영된 영화들의 목록을 보시라. <좋지 아니한가> <간 큰 가족> <울어도 좋습니까> 같은 영화와 드라마 <단팥빵>이 이곳을 거쳐 갔다.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때 전주천은 등장인물의 곁을 무심히 흘렀다. 이처럼 여러 영화에서 전주천이 갈등 표출과 해소의 역할을 해온 건 우연이 아닌 듯하다. 쌍다리가 있는 장소를 전주 사람들은 어은골, 즉 ‘숨은 잉어의 혈’이라고 부른다. 고기도 숨었다가 가는 곳이 전주천인 것이다. 말하지 못했던 얘기를 풀어내기에는 적격인 장소가 아닐까. 영화광이라면 한번쯤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좋지 아니한가>에서 전주천은 가족이란 집단의 갈등이 극대화 되는 곳이다. 원조교제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겪은 교사 아버지는 징검다리 위에서 퇴직을 생각하고, 고등학생 아들은 아버지와 파문을 일으킨 여학생이 사랑하는 그녀임을 알고 쌍다리 밑에서 절규한다. 폐경을 맞이한 어머니는 노래방 총각과의 로맨스가 끝난 뒤 전주천변에 앉아 쓸쓸히 보름달을 바라본다. 하지만 이 문제 많은 가족은 모든 갈등을 흐르는 물에 훌훌 털어버리고 제 갈 길을 간다. 한바탕 소동극을 벌이고 전주천 근처의 갈대밭을 황급히 뛰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은 그래서 더욱 유쾌하고 즐겁다. ‘가급적 멀리하고, 족보는 무시했던’(<좋지 아니한가>의 홍보 문구) 가족들이 어떻게 평정을 되찾았는지 알고 싶다면 전주천을 따라 걸어보자. 만약 당신이 꽁꽁 숨겨놓았던 비밀 보따리까지 스르르 풀린다면, 좋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