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lence Before Bach/2007/페레 포르타베야/102분/스페인/오후 2시/CGV 5
모든 궁극의 예술은 한 꼭지점에서 만난다. 영화의 형태로 경험할 수 있는 바흐 음악의 거의 모든 것이 여기 있다. 스페인의 노장 실험영화 감독은 바흐 본인과 역사 속 주변인물, 바흐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는 오늘날의 범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바흐에 대한 온갖 이야기를 옴니버스 에세이로 풀어놓는다. 당시 음악의 유행하는 형식 중 하나인 조곡 형태를 차용한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바흐의 음악 한곡 씩을 감상하는 것은 일종의 덤. 눈먼 피아노 조율사의 연주를 듣는 맹인견부터, 지하철 한칸을 가득 메운 첼리스트들의 실험적인 공연을 목격하는 단 한 사람, 서툴게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는 꼬마의 가족 등 명곡을 듣는 관객의 위치는 매번 달라진다. 영화가 가장 놀라운 지점은 귀에 익은 음악이 갖춘,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시각적 요소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순간이다. 피아노곡의 반복적인 리듬의 변주와 거짓말처럼 맞아떨어지는 승마의 리듬, 바흐 음악이 지닌 수학적이고 미술적인 아름다움을 (말그대로) 눈으로 확인하는 마지막 장면 등이 그것이다. 명료한 독립성과 조화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바흐 자신이 정점을 이뤘던 대위법을 영화적으로 실천한 감동적인 모범사례. 선언적인 제목은 영화 속 캐릭터의 목소리를 통해 언급되는 시오랑의 문구에서 그대로 따왔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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