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사랑보다 강한 것은 습관 <생선 쿠스쿠스>
2008-05-05
글 : 안현진 (LA 통신원)

The Secret of the Grain│2007│압델라티프 케시시│151분│프랑스│오후 8시│CGV 5
지네딘 지단이 아니고서야, 프랑스에서 이민자로서의 삶이 쉬울 리 없다. 북아프리카 출신 슬리만 베이지는 35년간 부두에서 일해왔지만, 일 처리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근무시간을 축소 당하기에 이른다. 평생직장을 잃을 위기에 놓이자 발기도 되지 않은 슬리만은 이혼한 전처의 일품요리 쿠스쿠스로 제2의 삶을 계획한다. 든든한 조력자도 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애인의 딸 림이 팔 걷고 나서서 서류작성부터 행정에 이르기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60세가 넘은 슬리만의 노후대책은 공무원들의 탁상행정과 전처와의 협업이 못마땅한 애인 때문에 삐걱거리고, 어렵게 얻은 1일 영업권으로 준비한 개업파티도 큰아들의 불륜 상대가 식당에 나타나면서 위기를 맞는다.

<생선 쿠스쿠스>는 이민자 가족이 ‘생선 쿠스쿠스’를 파는 선상 레스토랑을 개업한다는 휴먼드라마다. 상영시간은 151분에 달하지만 풍성한 캐릭터들이 입체감을 쌓는데 쓰인 시간은 지겹기는커녕 흥미롭다.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슬리만을 빼놓은 일요일의 오찬. 아들 둘 딸 둘에 러시아와 인도 출신 며느리까지 모인 다문화 가정의 식탁은 이민, 이혼, 불륜 등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반찬삼아 유쾌하게 그려졌다. “사랑보다 강한 것은 습관”이라는 전처 수아드의 말은 가족의 유대를 다룬 이 영화에서 주제로 택할 만한 대사다. 2007년 세자르영화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휩쓸고 림 역의 여배우는 ‘눈에 띄는 신인상’을 수상했는데, 대미를 장식하는 복근의 떨림과 땀방울을 떠올리면 수긍하고 남는다. 튀니지에서 프랑스로 6살에 이민 온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은 프랑스 남부의 항구도시를 영화적 공간으로 선택해, 이민 1세대로서 감독이 경험한 단절감과 향수를 표현했다. 쿠스쿠스를 향한 식욕을 돋우는 이 영화는 감독의 아버지에게 헌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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