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삼인삼색 2006’에 참여한 바 있는 다레잔 오미르바예프의 장편 데뷔작 <카이라트>(1991)는 그의 영화적 아버지인 브레송적인 스타일에 누벨바그의 생동감을 겹쳐 놓은 듯한 작품이다. 1988년에 만든 자신의 단편영화 <한여름의 더위>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카이라트>는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내용이 아니라 구조이다”라고 말하는 오비르바예프의 영화관이 보다 명확히 제시되어 있는 작품이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대학에서 규율을 어겼다는 이유로 퇴학당한 뒤 방황하는 ‘카이라트’라는 젊은이의 불안정한 심리의 표상인 듯, 갑자기 날아온 돌에 유리창에 구멍이 뚫리는 수미상관적인 극의 구조 속에서, 동일한 장면을 반복시키는 등의 편집을 통해 일상적 시간의 흐름에서 일탈한 낯선 분위기가 극 전반을 휘감고 있다. 오미르바예프는 의도적으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지우려 하는데, 빛과 음영의 대칭을 강조하는 흑백의 영상은 이러한 분위기를 한층 북돋우며, 그 속에서 관객은 카이라트의 불안과 번민의 감정과 조우하게 된다. 20살 무렵의 한 청년의 방황을 통해 그의 단골 테마인 집단으로부터 소외된 개인의 삶을 다루는 <카이라트>는 여름 햇살이 부서지는 풍경이 아름다우면서도 불안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