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이승민] 두 번째 이름이 선사한 행운
2008-05-08
글 : 강병진
사진 : 오계옥
<비스티 보이즈>의 이승민

아직도 드라마 <학교2>의 여고생 같다. 남들에게는 칭찬일지 모르나, 이 말은 이승민에게 욕이다. “어려 보인다는 게 정말 싫어요. 그동안 실제 성격에는 어울리지도 않게 항상 명랑, 쾌활, 발랄한 아이 역만 연기해야 했거든요. 진짜 너~무 싫은데…. (웃음)” 만약 윤종빈 감독이 TV를 자주 보는 사람이었다면, <비스티 보이즈>의 한별도 이승민의 차지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삶에 지친 호스티스이자 남자를 향한 불가항력의 애정을 지닌 여자. 영화 <동감>, 드라마 <사랑찬가>, 그외 여러 CF와 화보에서 덧니를 드러내며 웃기만 하던 그녀에게 한별은 언뜻 과욕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승민은 오히려 한별이 실제의 자신과 가장 똑같은 여자였다고 말한다. “남들은 제가 곱게 자란 줄 아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원래는 진짜 냉소적이에요. 한별의 인생과 제 인생은 다르겠지만, 그애가 세상에서 느끼는 아픔과 고통은 비슷할 거예요.” 본명인 김민주에서 이승민으로 이름을 바꾸고, 덧니를 빼고, 한때 3년여의 공백을 가졌던 이유도 그처럼 본연의 자신을 찾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지난해 출연한 드라마 <하얀거탑>은 그런 의미에서 “죽을 때 관 속에 DVD를 넣고 싶을 만큼” 행복했던 작품이다. <하얀거탑>에서 연기한 하은혜는 드라마의 재미를 돋우는 발랄한 여성 캐릭터가 아닌 믿음직스러운 동료였다. “<하얀거탑>을 하면서 저한테도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같이 출연한 배우들이 정말 연기가 좋아서 하는 사람들처럼 보였죠. 다들 고생을 많이 하셨던 분들이고요. 예전에는 냉정하고 차갑기만 했었는데, 그분들을 만나면서 저도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은혜로 변신의 계기를 마련하고, 한별로 올해 서른인 자신의 나이를 찾은 그녀는 “이제야 이름을 바꾼 성과가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름을 바꿔서 좋은 건 다른 게 아니에요. 이름을 바꿀 때 가졌던 마음가짐을 언제나 간직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거죠.” 앞으로 그녀의 연기에 발랄한 웃음기가 완전히 걷힐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녀가 세 번째 이름을 갖게 될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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