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안건형│117분│한국│오후 2시│메가박스 5
<고양이가 있었다>는 해운대에서 좀더 들어간 조용한 바닷가 미포에 위치한 ‘신선장 횟집’을 꾸려나가고 있는 어느 가족의 일상을 담고 있다. 영화는 그들의 일상을 담기 위해 다큐멘터리적인 방법을 취한다. 카메라는 거의 고정된 상태로 식당 안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관찰한다. 아무 일 없이 지내는 사람들의 일상만을 담고 있는 영화는 그러나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과 대화를 통해 조금씩 이야기를 이끌고 나간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아들과 어머니의 이야기다. 서울에서 지내던 아들은 어머니가 편찮으시자 부산에 내려와 횟집 일을 돕기 시작한다. 아들은 어머니가 나으면 서울로 올라가기를 바라고, 어머니는 그런 아들이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
<고양이가 있었다> 속 세계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아서, 등장인물들이 카메라 앞에서 일상을 연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끊임없이 자신들을 관찰하고 있는 카메라 앞에서도 태연하게 자신들의 일상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보면 이들의 일상이 과연 현실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워진다. 그리고 그 혼란스러움은 일상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언제나 인물과 거리를 두고 그들을 미디엄 쇼트로 바라보는 카메라는 마치 현실을 프레임 속에 가두는 것처럼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 답답함은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영화의 독특함과 함께 아들의 감정을 드러낸다. 아들은 바다를 바라보다가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자신처럼 똑같은 바다를 보았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문득 삶이 허무하다고 말한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보았던 바다는 날마다 반복되는 단조로운 생활 곧 일상을 떠올리게 한다. 새로울 것 없는 일상에 매몰될 때 우리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허무함을 느낀다. 영화가 그토록 일상을 기록하는 데 집착하는 것은 일상 속에서 한번쯤 느끼게 될 답답함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는 일상의 허무함을 이겨낼 수 있는 작은 희망을 던져주는데, 그것은 미신이다. 돈이 없을 때마다 우연히 돈을 주웠다는 이야기나, 생선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횟집에 많은 손님을 불러온다는 이야기는 지루한 일상에 조금이나마 활기를 가져다주는 것들이다. 미신은 믿지 않더라도 언제나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에서도 벗어날 방법은 있다는 희망처럼 들린다. 아들이 결국 어머니를 대신해 횟집에 머무르게 된 것도 그 작은 희망 때문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