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유적지 오딧세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수수께끼>
2008-05-07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Christopher Columbus: The Enigma│2007│마노엘 데 올리베이라│70분│프랑스, 포르투갈│오후 8시│프리머스 2
우리 나이로 올해 100살이 된 영화의 살아있는 신선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의 정력 넘치는 신작. 신대륙 발견자인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평생 동안 콜럼버스로 불린 적이 없고 그의 서명은 모두 크리스토퍼 콜롱이었다며 영화는 시작한다. 그가 실은 역사에 기록된 것처럼 이탈리아인이 아니라 쿠바에서 태어난 포르투갈인이라는 질문을 안고 이 영화 속의 주인공은 평생을 탐문한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수수께끼>는 흔한 역사추리물의 구조 바깥에 있다. 1946년 동생과 함께 포르투갈을 떠나 미국에 도착한 주인공 마누엘 루치아노, 그와 결혼하여 콜럼버스의 자취를 좇는 좋은 동료가 된 아내 실비아. 그들은 이곳저곳을 돌며 그들이 믿는 가설을 입증할 무엇을 찾으러 다닌다.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는 젊은 시절 루치아노 역은 배우에게 맡기지만 영화 후반 노년의 루치아노 역은 스스로 맡아 연기하고 있으며 실제 부인인 마리아 이사벨 드 올리베이라도 노년의 실비아로 함께 나온다. 이들의 여행에 동행하다보면 이것이 민족주의적 발로가 아닌 역사의 늙은 주름을 만지고자 하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가 영화 속에 심어놓은 가설과 탐문은 실은 그 진실보다는 무언가 미지의 사실을 탐문해가는 과정 자체에 중요성이 있다. 영화는 역사를 탐구하는 방법론의 영화적 제안이며 콜럼버스를 핑계로 한 유적지 오딧세이다. “내 모든 영화들은 데뷔작 이후로 모두 역사적 감각을 지니고 있다. 이 영화는 (포르투갈적인 것의 추구가 아니라 오히려) 포르투갈적인 것의 해지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수수께끼>는 단순성의 영화이며 내 모든 영화들처럼 여기에는 단순성에 대한 끝나지 않을 탐구가 있다”는 올리베이라의 말은 새겨들어야 한다. 역사적 감각과 단순성에의 탐구.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수수께끼>에서는 한세기를 살아온 노 대가의 성찰을 볼 수 있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