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스테펙의 하루는 단순하다. 누나를 따라다니고 비둘기 장수 곁을 얼쩡거리다 기차역에 놀러간다. 단순한 일과와는 다르게 소년의 머리 속은 정교한 트릭을 설계하는 것으로 바쁘다. 기차역에서 스테펙은 의식처럼 동전을 레일에 뿌리고 장난감 병정을 침목에 세우는데, 누군가 동전을 주워가고 기차가 떠난 뒤에도 병정들이 넘어지지 않으면 기적이 일어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스테펙의 바람은 자기가 태어나기 전 가족을 떠난 아빠가 돌아오는 것. 매일 플랫폼에서 만나는 남자를 아빠라고 생각하고는 엄마와 ‘아빠’를 만나게 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몇번의 우연과 모험이 더해져 정말로 기적이 찾아온다. 우연이 잦으면 필연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트릭스>는 작은 트릭들로 우연과 필연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소년의 동화같은 이야기로, 행운에 대한 소년의 믿음은 햄버거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촬영해 흥미롭게 표현됐다. 영화는 대부분 스테펙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그런 연유에서 카메라는 소년의 뒤를 밀착해서 따르고 종종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도 불러일으킨다. 능청스러우면서도 천진한 스테펙을 연기한 데미안 위는 400: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아역배우로, 빛나는 폴란드의 여름이 담긴 프레임 안에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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