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와니와 준하>로 다시 시작하는 김희선
2001-11-08

김희선에 관한 소문(?)은 영화「와니와 준하」를 찍으면서부터 끊임없이 들려왔다.

`김희선이 달라졌다` `술을 끊었다` 등등. 진상부터 확인하자면 김희선은 변했기도 하고 또 그대로이기도 하다. 술은 `당연히` 안 끊었다고 했다. 7일 오후「와니와 …」의 시사회를 마친 뒤 만난 김희선은 감기때문에 두터운 외투에 모자를 눈까지 푹 눌러쓰고 나왔다. 가뜩이나 작은 얼굴이 주먹만해졌다. 이복 동생과의 첫사랑을 간직한 애니메이터 `와니'와 시나리오 작가 `준하'와의사랑을 그린 `순정영화'「와니…」에서 김희선은 와니로 나온다.

그녀를 사랑해주는 준하(주진모)와 동거하고있지만 이복 동생인 영민(조승우)과의 가슴 아픈 첫사랑을 잊지 못해 늘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전날 이미 영화를 봤다는 김희선은 앉자마자 영화에 대한 아쉬움부터 쏟아냈다.

밤새 울었어요. 시사회 전에는 너무 열심히 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쉬워서 저한테 화도 나요. 오죽하면 해외로 이민갈까하는 생각도 했다니까요" 김희선이 이번 작품에 쏟은 열정은 이미 알려져 있던 터. 지난 해 `누드' 화보집 파문과「비천무」의 연기 `혹평' 등으로 몸고생, 맘고생을 겪었던 김희선은 이를 떨쳐 버리려는 듯 이번 작품에만 매달렸다.

한동안 TV토크쇼나 오락 프로에서 손뼉치며 박장대소하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털털한 성격의 와니가 되기위해 아끼던 긴 생머리를 세 번이나 과감히 잘랐고,틈나는 대로 `종이를 퉁기고' 그림 연습을 하는 등 애니메이터 훈련을 했다. 그러니 촬영에 임한 태도가 한층 진지해졌다는 평가는 저절로 흘러나왔다.

김희선하면 떠오르던 도시적인 이미지는 이번 작품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삐친머리와 헐렁한 파자마 차림으로 하품을 쩍쩍 해대는 와니가 있을 뿐이다. 물론 순정만화 속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가녀리고 병약한 외모는 TV 드라마를 통해 익숙한 모습이긴 하지만.

"「비천무」는 솔직히 연기보다 액션, 특수 효과 등 다른 요소에 더 많이 기댄영화였어요. 그땐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도 적었고, 또 결혼도 안 한 제가 모성애를 표현하다보니 한계도 있었구요. 그런데 와니는 달라요. 저랑 나이도 비슷하고, 전문직 여성이라는 점에서 공감할 수 있었거든요." 구체적인 이야기는 안했지만 시나리오를 본 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을 때의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끼는 와니의 심정에 가장 공감했다고 귀띔했다.

특히 연기자이기 때문에 남에게 속내를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자신의 처지와 다소 폐쇄적인 성격을 지닌 와니와 닮았다고도 했다. 주진모와 조승우 얘기가 나오자 김희선은 갑자기 신이 난 듯 말했다. "진모 오빠는 약간 엉뚱하면서도 썰렁해요. 애교도 있고. 조승우씨는 완전 영감님이에요. 영민이처럼 말도 없고, 가끔씩 한마디 할 때는 뼈대있는 말만 하구요" 이번 작품을 통해 영화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는 김희선에게서 한층 성숙해진 배우의 향기가 묻어났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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