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레이서>의 스피드가 기대 이하로 판명됐다. 지난 5월9일 북미 개봉한 <스피드 레이서>는 첫주 북미에서 186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순위 3위를 차지했다. 이는 개봉 2주차에 접어든 <아이언맨>, 같은 5월9일 개봉한 로맨틱코미디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의 뒤를 이은 순위다. 워쇼스키 형제가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자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여 화제가 됐던 영화의 중간 성적으로는 실로 참담한 수준이다.
첫 번째 원인은 <라스베가스에서만…>이 보여준 예상 밖 선전. 애시튼 커처와 카메론 디아즈을 투톱으로 내세워 충동적인 결혼 이후 티격태격하며 정을 쌓아가는 커플의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게 풀어낸 이 영화는, 5월11일 일요일까지만 해도 근소한 차로 <스피드 레이서>에 이어 박스오피스 3위에 머무르다가 최종 집계에서 이를 가뿐히 뒤집는 저력을 보였다. 1억5천만달러의 제작비와 1억달러의 마케팅 비용을 들인 명실상부한 블록버스터 <스피드 레이서>에 맞선 <라스베가스에서만…>의 제작비는 3500만달러 미만. 첫 주말 승부에 대해 <스피드 레이서>를 배급한 워너브러더스 관계자는 “물론 실망스럽다. 그러나 조만간 이 결과를 뒤집으리라 기대한다”며 황망함을 무마했고, <라스베가스에서만…>의 배급사 이십세기 폭스의 대변인은 “굉장한 결과”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레이서’가 제 속력을 내지 못한 이유로 ‘철갑사나이’를 빼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애초 시장을 선점한 뒤 <스피드 레이서> 등 후발주자에게 이를 넘겨줄 것으로 전망했던 2008년 여름 극장가의 첫 번째 주인이 워낙 막강했던 것이다. 북미 지역에서 개봉 첫주말 수입 1억달러를 넘긴 <아이언맨>의 2주차 주말 수입은 5120만달러로 배급사의 예상집계보다도 약간 웃도는 수준. 제작비 1억8600만달러로 추정되는 이 영화는 4월30일 개봉을 시작하여 지난 5월6일까지 전세계에서 1억2300만달러를 긁어모은 바 있다. 5월9일자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해외시장의 경우 영국, 멕시코, 한국 순으로 <아이언맨>에 열광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