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썸>은 MMA 액션 장르가 학원물과 만난 케이스다. 전학 온 남학생은 그 학교의 ‘짱’을 만나게 되고, 한눈에 반한 여학생은 바로 그 짱의 여친이라는 식이다. 이전 할리우드 틴에이지 무비들이 이런 구조를 록음악을 하는 밴드 멤버 이야기 혹은 슬래셔 무비나 화장실 유머 영화와 뒤섞었다면 <겟썸>은 본격 격투기 영화로 만들었다. <겟썸>을 계기로 격투기 용어와 액션 디자인을 정리해봤다.
1. MMA, 서서도 누워서도 가능한 종합격투기
제이크(숀 패리스)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경멸한 라이언(캠 지건뎃)에게 복수하기 위해 MMA 세계로 뛰어들게 된다. MMA는 ‘Mixed Martial Arts’의 약어로 스탠딩(서서) 그라운드(누워서) 모두 포함되는 룰을 지닌 ‘종합’ 격투기다. 그래서 K-1으로 대표되는 이종격투기와는 전혀 다른 의미다. ‘이’자에서 보듯 K-1은 Karate, Kickboxing, Kungfu 등 여러 가지 입식타격무술의 첫자가 K인 것에 착안해 그중 최고를 뽑아보자는 의도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이름 자체에 이종격투기의 의미가 포함된 것이다. 입식타격은 말 그대로 ‘서서 싸운다’는 의미로 K-1이 아닌 UFC와 프라이드(PRIDE)가 MMA에 속한다 할 수 있다.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는 무규칙 격투기의 시초이며, 격투기들 중 가장 역사가 짧은 프라이드는 힉슨 그레이시라는 유술가와 다카다 노부히코라는 프로레슬러 이 두 사람의 자존심 대결에서 시작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70년대 브라질에서 생긴 ‘발리 투드’(Vale Tudo: 포르투갈어로 뭐든지 가능하다는 뜻)에 기초하고 있는데, UFC가 8각의 철창 링 ‘옥타곤’에서 열리고 프라이드는 사각의 링에서 승부를 벌인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겟썸>은 프라이드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영화로 대략 확인할 수 있는 룰을 보면 이렇다. 헤딩 금지, 손가락이 드러나는 글러브 착용, 다운돼도 카운트를 하지 않으며 심판이 경기를 중단하거나 선수가 바닥을 두드리는 ‘탭아웃’을 해야 승부가 결정된다. 현재 공개적으로 MMA를 표방하고 있는 영화들로는 엽위신 감독의 <도화선>(2007)과 올해 개봉예정인 데이비드 마멧 감독의 <레드벨트>가 있다.
2. 영화 속 격투 용어 정리
레인지: 상대방과 나와의 거리. 타이밍과 더불어 모든 격투기 종목의 중요 요소.
마운트 포지션: 바로 누운 상대의 배, 가슴 위에 말을 타듯이 올라탄 자세.
리버스 마운트 포지션: 상대방에게 올라탔으나 마운트 포지션과 달리 상대방의 발쪽을 바라보고 있는 자세. 하체 관절기를 시도하기에 용이.
테이크 다운: 서 있는 상대를 잡아서 쓰러뜨리는 것.
파운딩: 누워 있는 적에게 펀치를 날리는 것.
태클: 상대의 다리쪽으로 돌파하여 상대를 넘어뜨리는 것.
암바: 그라운드 기술. 다리로 고정시켜 상대의 팔을 꺾는 기술.
니바: 암바와 똑같은 원리로 상대의 다리 하나를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고정시킨 채 꺾는 기술.
스타핑: 상대방의 펀치나 킥이 완전히 나오기 전에 미리 눌러서 막는 기술.
탭: 상대방, 자신의 몸 혹은 바닥을 두드리는 행위. 항복을 의미한다.
3. 액션 디자이너, 조너선 유세비오와 데이먼 카로
<겟썸>이 보여주는 격투기는 UFC냐, 프라이드냐,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 ‘비트다운’이라는 영화 속 최후 시합의 명칭만 봐도 그렇다. 음성적으로 벌어지는 파이터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파이트 클럽>(1999)이나 <언디스퓨티드>(2002)에 가깝고, 정교한 ‘합’ 짜기를 위주로 하는 홍콩 무술 인력들의 참여가 없다는 점에서도 이상의 영화들과 가깝다. 하지만 위 영화들보다는 좀더 정교하고 리얼한 액션신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은 공동으로 액션 디자이너와 스턴트 코디네이터 두 역할을 겸한 데이먼 카로와 조너선 유세비오라는 주목받는 스탭들의 참여의 결과다. <파이트 클럽>(1999)의 액션 디자이너를 맡고 직접 대역 연기까지 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데이먼 카로는 이후 <본 슈프리머시>(2004), <300>(2006), <스파이더맨 3>(2007)에도 참여했다. 그리고 <겟썸>에서 제이크와 대결을 벌이는 ‘닥 호’로 출연하기도 한 조너선 유세비오는 <블레이드2>(2002), <데어데블>(2003) 등에서 스턴트맨으로 활약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본 얼티메이텀>(2007) 등으로 입지를 다진 뒤, 현재 기대를 모으고 있는 액션영화들인 <드래곤볼> <닌자 어쌔신> <울버린> 모두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