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살기 위한 알 파치노의 악전고투극 <88분> 공개
2008-05-23
글 : 주성철

일시 5월 22일(목) 오후 2시
장소 대한극장
개봉 5월29일

이 영화

저명한 범죄심리학자 잭 그램(알 파치노)은 FBI를 도와 연쇄살인범 존 폴스터(닐 맥도프)에게 사형집행이 내려지는 데 큰 공헌을 한다. 하지만 존 폴스터는 잭이 증인으로 하여금 위증하게 유도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다 잭은 마치 폴스터에게 사주를 받은 듯한 익명의 범인으로부터 88분 뒤 자신이 죽게 될 것이라 예고하는 전화를 받게 된다. 결국 잭의 학생 중 한명이 폴스터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그리고 계속 범죄 시간이 얼마 남았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이제 잭은 평소 자신을 흠모해왔던 학생 킴(알리시아 위트), 살해된 학생과 가장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로렌(리리 소비에스키) 등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 그리고 주변의 동료 경찰과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람을 용의선상에 올려 범인을 추적해나간다.

100자평

<88분>은 <카피캣>(1996)과 한 핏줄 영화이다. 그 이유는 첫째, 범죄심리학자에 보복하려는 연쇄살인범 추종자들의 '카피 캣(모방범죄)'을 그리고 있고, 둘째, 범죄심리학자 역할을 하는 배우가 원톱으로 영화를 끌고 나가기 때문이다. 영화는 스릴러 영화로서 일단 합격점이다. (결론은 그리 굉장한 것이 아닐지라도) 마지막까지 꽉 조이는 압박감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범인의 협박전화와 함께 시작된 88분의 카운트다운이 실시간으로 흐르는 영화의 편집으로 인해, 관객은 단 1초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교감신경 흥분상태에 빠진다. 알 파치노의 피곤함이 역력히 묻어나는 표정 역시 영화의 질감을 한결 좋게 한다. 끊임없이 걸려오는 협박 전화를 받으며, 주변의 모든 사람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봐야하는 고단함이 화면 전체에 묻어있다. <88분>은 2007년도에 제작된 영화로 미국 개봉 당시 오리지널 판본과 이번 한국 개봉 판본이 상당히 다르다고 한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혹시 '어둠의 경로'를 통해 오리지날 판본을 본 사람이 있더라도) 상영관에서 모처럼 '리얼타임의 초긴장'을 맛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황진미 영화평론가

한겨울의 시애틀을 무대로 알 파치노는 88분 뒤 자신에게 닥칠 범죄를 막기 위해 시종일관 뛰어다닌다. 이처럼 <88분>은 최근 알 파치노의 출연작 중 그가 가장 고생한 영화로 당당히 등극할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의 필모그래피 전체를 두고 보자면 잘못된 출연 결정으로 꼽힐 만한 작품 중 하나다. 언제나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야 마는 그의 카리스마는 여전하지만 문제는 관객과 밀고 당기기를 하는 스릴러의 구조다. ‘예고 살인’이라는 모티브 속에서 지나치게 많은 용의자들을 다 범인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노력이 지나치게 수고스럽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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