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선생하기 얼마나 힘든 줄 알아?
2008-05-27
글 : 강병진
사진 : 오계옥
박광춘 감독의 <울학교 ET> 촬영현장

“죽도록 공부해도 죽지 않는다.” 무시무시한 급훈이 학생들을 지켜보는 교실이다. 그런데 학생보다 선생이 더 주눅이 들었다. “오늘은 교과서 117쪽 두 번째 단락 셋쨋줄…. The first step is the hardest! ‘무엇이든 처음이 가장 어려운 것이다!’라는 귀중한 말씀으로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애써 굴려서 발음한 영어에 학생들의 반응이 썰렁하다. <울학교 ET>는 입시전쟁에서 퇴화된 체육 선생이 학부모와 이사장의 등쌀을 이기지 못해 영어 선생으로 업종변경을 시도하는 과정을 담는 영화. 사전을 찢어 먹고 전교 1등 학생의 비법노트를 탈취하며, ‘열공’한 선생은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앞에서 공개수업을 진행한다. 생업 전선의 위기에 처한 선생의 마지막 분투인 셈. 연출을 맡은 박광춘 감독에게는 <잠복근무> 이후 두 번째 학원물인 <울학교 ET>는 강남의 교육현실을 빗대는 한편, 선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코믹한 통찰을 던질 예정이다. 오락프로그램에서는 날고 기던 김수로의 태도도 사뭇 진지하다. 이채로운 풍경은 감독이 직접 B카메라를 잡고 있다는 점. “B카메라기사를 고용하면 돈이 많이 들고, 전체적인 드라마를 유지하며 촬영을 해야 한다”는 게 이유란다. 총 50회차 가운데 35회차 촬영을 마무리한 <울학교 ET>는 올 하반기에 개봉될 예정이다.


내가 마구잡이로 웃기는 영화를… 별로 한 적이 없다

주인공 천성근 역의 배우 김수로 인터뷰

-영어 연습을 많이 해야 했겠다.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는 별로 없었다. 다만 가르치는 역할이다 보니 내용을 해석해야 하는 게 좀…. (웃음) 그래도 지난해 미국에 있을 때 나름 영어를 공부한 게 있어서 도움이 된 것 같다.

-주인공 천성근은 어떤 사람인가.
=인간 김수로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이다. 나는 참을성이 별로 없다. 내가 밥벌이 못하더라도 뛰쳐나가버린다. 만약 영화처럼 다른 선생이 자존심을 긁으면 난 그 애 죽여버리거든. (웃음) 그만큼 나를 무너뜨리려는 사람에게는 본능적인 방어를 하다가 공격적으로 변해버린다. 하지만 천성근은 직업의식이 투철하다. 본능적인 성격보다는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무 때문에 감정을 자제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니 나보다 훨씬 아름다운 사람이지. (웃음)

-학창 시절에 영어는 잘했었나.
=영어, 수학 이런 과목은 전혀 못했다. 대신 국어, 국사, 생물은 선생님들이 워낙 나를 예뻐해주셔서 좋아했다. 생물은 8번인가 9번인가 연속 만점도 맞았다. (웃음) 그러니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충분히 보답을 하고, 나를 미워하는 선생님의 과목은 성적으로 응징한 거지. (웃음)

-선생님들이 왜 좋아했을까.
=내가 밝고, 명랑하고, 일단 사람이 좀 건전해 보이지 않나. 나를 싫어하신 선생님들은 공부 잘하는 애들만 예뻐하느라 그러신 거지. (웃음)

-이번에는 코믹 연기를 자제하고 있는 것 같다.
=드라마에 충실하고 있다. 알지 않나. 내가 마구잡이로 웃기는 영화를… 별로 한 적이 없다. 뭐, 많이 들어오긴 했었지. (잠시 정적) 아… 참, 이게 수습이 안 되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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