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억척스런 네여자의 곗돈 되찾기 소동극 <걸스카우트> 공개
2008-05-26
글 : 주성철

일시 5월 26일(월) 오후 2시
장소 명동 롯데 애비뉴엘

이 영화
아이들 학원 봉고차를 몰면서 살아가는 미경(김선아), 동네마트에서 일하며 백수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만(나문희), 아들 둘 뒷바라지하느라 인형 눈 붙이기부터 돈 되는 일은 뭐든지 하는 봉순(이경실), 프로골퍼의 꿈을 접고 골프장 캐디로 일하고 있지만 제법 빚이 있는 은지(고준희)는 한 동네에 사는 네 여자들이다. 힘들지만 악착같이 살아가는 그들 앞에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는데, 바로 미용실 원장(임지은)이 피 같은 곗돈을 들고 달아난 것. 혼란에 빠져있던 그들은 미경의 제안으로 원장이 자주 들락거렸던 미사리 물안개 까페에 무작정 잠복하기로 한다. 모두가 적지 않은 그 곗돈이 다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렇게 다투고 화해하면서 잠복하던 그들은 몹쓸 용의자를 발견하고 쫓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건의 내막은 단순히 아줌마들 곗돈 정도가 아니었다. 22억 원 상당을 둘러싸고 보다 큰 배후세력이 있음을 알게 된 것. 게다가 그들에게 잡힌 원장은 봉순에게 맡긴 돈의 5배를 주겠다며 솔깃한 제안을 한다. 단순히 맡긴 곗돈만 찾겠다고 결심했던 그들은 그렇게 더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말말말

“지금껏 호흡이 가장 좋았던 영화 같다. 여자들 사이의 디테일이 많은 것도 좋았다. 많이 맞고 쫓겨 촬영 때는 몰랐다가 점점 인대가 아파오더라.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한다. 존경하는 나문희 선배와 세 번이나 호흡을 맞춘 것도 영광이다.” -김선아
“그런데 사실 김선아씨는 덩치가 좋아서 맞을 때 별로 불쌍해보이지 않더라. 그래서 감독님이 캐스팅한 것도 같기도 하고.(웃음) 나 역시 지금도 떼인 돈을 생각하면 갈증이 날 정도다. 연예인들이 텔레비전에 나오니까 먹고 살 정도는 되겠지 라며 돈을 빌려가선 안 갚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돈을 빌려가 종적을 감춘 경우가 다반사라 이젠 아예 안 빌려주고 있다.(웃음)" -이경실
“와이어 액션이란 걸 난생 처음 해봤다. 집에서 따뜻한 물로 목욕도 하고 준비운동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촬영 당일에는 괜찮더니 이틀 지나니 죽을 것같이 아프더라. 그러다가 얼마 전에 뉴욕에서 뮤지컬을 봤는데 남자 배우가 탭 댄스를 하면서 무대를 가로지르며 와이어 액션을 소화하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내가 좀더 젊었으면 저런 것도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나문희

100자평

핸드볼이 아닌 떼인 곗돈으로 똘똘 뭉친 또 다른 <우생순>이라고 할까. 아니면 한국 아줌마들의 ‘무대뽀’ 정신이 할리우드 강탈영화 장르를 만났다고 할까. 각자 생활에 허덕이던 네 여자가 합심해 곗돈을 찾아나서는 과정은 꽤 흥미진진하다. 그것은 그녀들에게 꽤 자유로운 일탈의 기회도 제공한다. 그래서 인상적인 대사는 원장을 잡으러 나서 올림픽대로로 미사리를 향해 질주하면서 “오랜만에 밖에 나오니까 좋다”는 말이다. 네 여배우들의 호흡도 좋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넉넉한 여운을 남긴다. 그동안 충무로에서 다양한 크레딧으로 활동하던 김상만에게 영화감독이라는 직함도 당당하게 만들어줄만하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곗돈 떼인 아줌마들의 도둑 소탕 작전엔 여러 가지 길이 있었을 것이다. <걸 스카우트>는 그 돈을 중심으로 여러 종류 사람들의 모여 엉킨 엉망진창 소동극이다. 곗돈 떼인 아줌마들, 건설회사 채권을 떼먹은 사원, 이 남자와 짜고 붙은 곗돈 도둑녀, 채권을 되찾아 와야 하는 용역업체 해결사, 해결사에게 사채 빚을 진 여자. 돈 가방과 채권가방은 이들 사이를 정신없이 오간다. 강탈영화의 형식을 옅게 빌려온 <걸 스카우트>는 대사나 몸 개그보다도 상황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코미디영화다. 이 상황들이 사람 목숨을 좌지우지할 만큼 심각했다면 최동훈 감독의 두 편의 영화와 비교되었을 법도 한데, <걸스카우트>는 (주인공들이 여성들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훨씬 유한 느낌을 가졌다. 마지막까지 치밀하다고 할 순 없고 썰렁한 순간들이 없지 않지만 포스터 디자인, 음악, 미술 등 영화 분야에서 다재다능함을 발휘했던 김상만 감독의 데뷔작으로서는 흉잡을 구석이 별로 없다. 크고 작은 앞뒤 설정들 간의 개연성 덕에 영화는 아기자기하면서도 가볍지만은 않고, 들쭉날쭉한 배우 각각의 개성과 연기력도 캐릭터에 힘을 실은 연출력 덕분에 균형을 이룬 듯하다. 수월하게 갈 수 있는 길도 많았을 텐데, <걸스카우트>는 우리가 포스터 이미지와 예고편만 보고 짐작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자존심이 있는 영화다.
박혜명 <씨네21> 기자

곗돈 떼인 아줌마들의 자력구제 소동극을 그린 <걸스카우트>는 꽤 재미있는 영화이다. 첫째, '일하는 여성'(중산층 이하의 여성들은 어떤 식으로든 다 '일하는 여성'이다)들의 애환이 서려있고, 둘째, 코미디적 감각도 나쁘지 않으며, 셋째, 사건의 규모도 적당한 편이다. 하지만 좋지도 않다. 그 이유는 첫째, 감정이입이 될 짬을 두지 않아서 인물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으며, 둘째 사건의 흐름이 중간에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썩 매끄럽지가 못하고, 셋째, 상대편의 욕망을 무성의하게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어찌 해결사는-아무리 그의 목적이 거액의 채권회수였다 할지라도-‘현금을 보기를 돌같이’ 할 수 있는지? ‘도둑년’은-임기응변에만 강할 뿐-어떻게 채권을 현금화 할 계획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건지?).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지만 노련하지 못한 연출과 편집 탓에 결과는 좀 아쉽다. 특히 배우들의 고생이 눈에 훤히 보여 더욱 그러하다.
황진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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