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비켜, 카메라 가리지 마!
2008-06-03
글 : 문석
사진 : 이혜정
손영성 감독의 독립장편 <약탈자들>의 촬영현장

“어, 거기도 보이거든.” 조감독이 스탭들에게 피곤한 듯 말한다. 지난 5월 중순, 홍대 부근 한 지하 카페에 차려진 <약탈자들>의 촬영장에서 스탭들은 슛이 들어갈 때마다 눈치껏 몸 숨길 곳을 찾아야 했다. 테이블 5∼6개만 들어갈 수 있는 넓지 않은 공간인데다 트래킹숏으로 주인공들을 촬영했기 때문에 스탭들은 구석에 몸을 포갠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약탈자들>은 영상원 전문사 과정인 손영성 감독의 독립장편영화. 2006년 코닥 단편영화 지원에서 특별언급된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장편으로 확장한 이 영화는 한 허위적인 지식인과 그의 동료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놓고 그들을 둘러싼 다채로운 군상의 모습을 담아내는 작품. 판타지와 현실이 이음새없이 연결된다는 점 또한 이 영화의 특징이다. 이날 촬영한 장면 또한 현실과 판타지가 경계없이 연결돼 있었다. 친구의 장례식장을 찾았다가 지하 카페에 모인 네명은 죽은 친구가 눈앞에 앉아 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주인공인 상태 역을 맡은 김태훈(배우 김태우의 동생)은 이날 촬영 분량이 없었음에도 중요한 장면이기 때문이었는지 비좁은 틈새에 몸을 끼워넣은 채 동참하고 있었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독립영화 제작지원을 받은 <약탈자들>은 빡빡한 예산과 강행군 속에서 최근에야 촬영을 마쳤고, 부산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후반작업 중이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