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느긋하고 평화로운 행복의 나라로, <아버지와 마리와 나> 첫 공개
2008-06-05
글 : 최하나

일시 6월4일(수)
장소 용산CGV

이 영화
왕년의 포크록 가수 태수(김상중)는 마리화나에 빠져 있다가 구속돼 감옥에서 15년의 세월을 보낸다. 그는 출소한 뒤 아들 건성(김흥수)를 찾아가지만, 그동안 혼자서 생계를 꾸려온 아들은 철없어 보이는 아버지를 미움과 불신의 눈으로 쳐다본다. 그러던 어느 날 건성은 길에서 싸움에 휘말린 마리(유인영)를 구해주고, 갈 곳 없는 마리는 갓난아이를 등에 업은 채 그의 뒤를 따라온다. 태수는 마리와 아이를 따뜻하게 맞이하고, 아옹다옹하던 이들은 슬금슬금 서로에 대한 정을 쌓아간다.

말말말
"우리 영화는 와인으로 따지면 2006년산 빈티지 와인이다. 잘 숙성됐다는 말이다. 자신 있다."_김상중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 세상에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데, 그들이 우리와 달라도 그건 그들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 뿐 이라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마음의 문이 열리는 영화였으면 좋겠다"_이무영 감독

100자평
<아버지와 마리와 나>는 매우 느슨한 영화이다. 영화 전체의 메시지도 그렇고 만듦새로 그러하다. 하지만 그 '루즈함'은 의식적인 것이며, 일종의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홍대 앞 클럽 중에 'Hodge Podge'라고 있다. 영어로 '뒤범벅되다'는 뜻이지만,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그냥 '흐지부지'라고 부르며, 한국말의 어감과 의미를 다들 사랑한다. ('초지일관'이 아니라 '흐지부지'를 인생관으로 삼고 살 수는 없을까? 그렇다면 인생이 좀 편하고 행복하지 않을까?) 영화는 <소년, 천국에 가다>의 극본을 썼던 이무영 감독의 작품답게, '아버지의 법'을 거부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버지'와 '법'을 아예 멀찍이 떼어놓으며, 아무것도 되거나 이루려 하지 않고, 그저 미혼모의 남편 되기를 가장 행복한 '사나이의 길'로 그린다. 사실 이러한 영화의 정신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훈육적 법질서 체계하에서 '다른 행복을 꿈꾸는 것'자체가 이미 소수자의 저항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대마초합법화 문제를 가장 핵심에 두고 있지만, 그외에도 동성애나 미혼모, 그리고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세곡동 비닐하우스가 동시에 잡히는 강남의 진풍경) 계급의 문제까지 상당히 첨예한 문제들을 아우른다. 하지만 영화의 주요 장소인 시골의 물가처럼 영화는 아주 잔잔하고 관조적이다. (토속)히피의 정서를 정겹게 느끼며, "행복의 나라로" 가고 싶은 사람에게 일견을 권한다. 황진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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