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40] <취화선> 오픈세트 스케치와 설계도
2008-06-09
글 : 최소원 (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램팀)

<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5월9일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연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40번째는 주병도 미술감독이 기증한 <취화선>의 오픈세트 스케치와 설계도입니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은 조선 말기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물이자 천재 화가 장승업의 예술 혼과 삶의 질곡을 그린 전기영화다. 끊임없이 치열한 거듭나기를 했던 예술가 장승업의 삶을 재현하는 것은 영화에 참여한 스탭들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임권택 감독은 이 영화를 영화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작업이라고 회고했다.

남양주종합촬영소에 지어진 당시 서울 종로의 시전거리를 재현한 2765평의 대형 오픈세트의 규모에 세트제작 경험이 많은 임권택 감독도 놀랐다고 한다. 시나리오에서 차지하는 장면의 비중에 비하면 비상식적일 정도로 많은 물량인 제작비의 1/3이 투여되었다. 임권택 감독은 그 이유를 이 영화가 단순한 시대물이 아니라 장승업의 삶이 살아 있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장승업에 대한 기록이 별로 남지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인 생활 터전이었던 시전거리, 지전, 화방, 주막 등의 공간의 정서와 사실감이 중요했다. 이를 위한 미술부의 노력이 생동하는 화가 장승업을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국운이 쇠했던 조선 말기의 시대 분위기를 위해 재료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돌은 충남 보령에서 싣고 왔고, 소나무는 해남에서, 목재는 궁궐 지을 때 쓴다는 진부령에서 가져왔다. 서민의 정취가 풍기는 장면을 위해 양반 행차를 피해 서민들이 주로 다녔던 피맛골도 설계했다. 주병도 미술감독이 기증한 <취화선>의 세트 스케치와 설계도면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연상케 할 정도로 방대하다. 종로 대로통, 기생촌 지역, 허름한 주막과 중인의 주막, 초가로 된 상가와 기와를 얹은 상가, 난시장 밀집지역과 육교화방, 고급지전 등이다. 각각의 건물은 옛날 방식 그대로 못을 쓰지 않고 기둥을 깎아 조립식으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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