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비관에 굴복 않는 오르가슴의 슈퍼히어로, 존 카메론 미첼 특별전
2008-06-11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6월12일부터 25일까지 시네마 상상마당에서
존 카메론 미첼 감독

존 카메론 미첼 특별전이 시네마 상상마당에서 열린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개봉 여부가 묘연하여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숏버스>를 비롯한 장편영화 3편과 다큐멘터리 4편, 단편 및 뮤직비디오 4편 등 총 11편이 소개된다. 드랙퀸의 복장으로 애타게 ‘사랑의 기원’을 찾아 울부짖던 헤드윅은 한번의 쇼크로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차이에 그다지 관대하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이 색다른 게이뮤지컬영화가 암암리에 히트를 한 것도 의외였지만, 그 파장이 공연 뮤지컬의 성공으로 이어져 열광적인 존 카메론 미첼의 팬들을 양산한 일도 놀라웠다. 장군의 아들(실제 그의 아버지는 군인이다)이 <헤드윅>을 통해 게이 공동체의 대변인이자 오르가슴의 슈퍼히어로로 나선 신화는 2006년 쇼킹하게 칸에 연착륙한 <숏버스>로 이어져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스플레이스트>(1991)는 바이올린에 재능있는 자식을 교육시키러 폴란드에서 미국으로 넘어온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어머니는 미국사회에 잘 적응하지만, 성장기의 야섹은 도통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엇길로 나간다. 존 카메론 미첼의 앳된 모습을 볼 수 있는 그의 첫 주연작으로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의 동유럽과 미국사회의 분위기가 정적으로 엮였다. <헤드윅>과 이미 볼 사람은 다 본 사실상 상영불가 영화 <숏버스>도 초대된다. 한편 다큐멘터리 섹션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그가 제작하거나 출연한 작품들이다. 구스 반 산트와 함께 그가 제작에 참여한 조너선 카우에트 감독의 <타네이션>은 시네 다이어리와 전위적인 양식이 결합된 인상적인 작품이다. 감독의 자전적 가족력을 1960년대식 전위적 편집에 1980년대식 MTV적 영상을 섞어 감성적으로 연출했다. 뉴욕 LGBT 청소년센터를 위한 수익 음반 녹음 과정을 담은 <팔로우 마이 보이스>와 뉴욕의 드랙 나이트를 소개하는 <스퀴즈박스>도 소개된다. <좋든 싫든: 헤드윅이야기>에서는 궁금했던 묘한 헤어스타일의 드랙퀸의 탄생 기원이 저 그리스 시대까지 이어진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단편 섹션에서는 우선 <숏버스>의 탄생과정을 담은 <기프티드 앤 챌린지드: 숏버스 메이킹 필름>을 만날 수 있다. 전례없이 과감한 정사신과 노출신을 보여준 연기자들의 캐스팅 과정과 워크숍 과정을 통해 이 영화가 상당한 배려와 숙고 속에서 진지하게 만들어졌음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존 카메론 미첼 오디오 영상>에서는 배우로서의 존 카메론 미첼의 오디션 영상과 알려지지 않은 출연작의 장면을 담았다. 뮤직비디오 <퍼스트 데이 오브 마이 라이프>는 브라이트 아이즈의 감미로운 포크송을 낭만적이고 절제적인 영상에 담았고, <필시 고저스>는 록밴드 시저스 시스터스의 음악에 드랙 바의 밀도 높은 열정의 장면을 담았다. 시저스 시스터스라는 밴드는 여성 보컬과 네명의 게이로 구성된 그룹으로 유명하다.

존 카메론 미첼은 <헤드윅>과 <숏버스>를 통해 논쟁의 중심에 섰지만 작품에 일관되는 주제는 일견 심플하다. 소통에 대한 욕망. <헤드윅>에서 그것이 음악으로 등장했고, <숏버스>에서는 단지 섹스로 표현됐을 뿐이라는 감독의 말은 그런 점에서 재고할 만하다. 선정에 가려져 주제가 뒤로 물러나는 영화에 비해 존 카메론 미첼의 영화는 주제와 표현이 상충되지 않고 조화롭다. 선동없이도 강렬하고 부드러우면서 결코 비관의 수동성에 굴복하지 않는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존 카메론 미첼을 만나는 특별한 기회도 마련된다. 관객과의 대화뿐 아니라 언플러그드 공연도 준비되어 있다 하니 자세한 사항은 상상마당 홈페이지(www.sangsangmadang.com)를 참고할 것. 미첼의 영화에 나타나는 사랑과 섹스는 소수 문화의 국지성을 벗어나고 그 음란함은 에로틱을 넘어서니, 그 힘은 가장 기초적인 물질적 토대인 살과 체액에서 나온다. 이 사랑의 유물론자는 역설적이게도 관념적 섹슈얼리스트기도 하다. 물질이 음악의 초월성과 만나서 만드는 화학작용, 완전한 소통과 궁극의 오르가슴이란 요청적인 이상태임에도 그의 영화엔 결코 관념에 현실이 굴복하지 않는 능동적 아이러니가 있다. 그것이 미첼 월드의 고유한 아우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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