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아버지와 마리화나 <아버지와 마리와 나>
2008-06-11
글 : 최하나

마리화나 지수 ★★★
빨리빨리 지수 ★
타워팰리스 비호감 지수 ★★★★

과거 명성을 날렸던 포크록 가수 태수(김상중)는 마리화나에 빠져 있다가 마약사범으로 구속돼 철창 안에서 젊은 시절을 흘려보낸다. 15년 만에 출소한 그는 곧장 아들 건성(김흥수)를 찾아가지만, 그동안 혼자서 생계를 꾸려온 아들은 순수하다 못해 철없어 보이는 아버지를 미움과 불신의 눈으로 쳐다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건성은 길에서 싸움에 휘말린 마리(유인영)를 구해주고, 갈 곳 없는 마리는 갓난아이를 등에 업은 채 그의 뒤를 따라온다. 며칠만 재워줄 테니 빨리 나가라고 독촉하는 건성과 달리 태수는 마리와 아이를 한 식구로 따뜻하게 맞이하고, 아옹다옹하던 이들은 슬금슬금 서로에 대한 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태수가 다시 마리화나를 피운다는 사실을 발견한 건성은 분노하고, 잠시 평화로웠던 이들의 일상은 위기를 맞는다.

CJ엔터테인먼트의 HD장편영화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아버지와 마리와 나>는 이무영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이며, 감독이 “한대수의 세계관에 영감을 받아” 탄생시킨 작품이다. 잔잔한 포크 선율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태수를 중심으로 형성된 삼인의 대안가족은 느릿하고 여유롭게,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것을 전한다. 하지만 <아버지와 마리와 나>는 소박한 가족드라마로 보이는 첫인상과 달리 꽤 많은 발언을 하고자 하는 영화다. 초반부 비교적 탄탄하게 인물의 정서를 관찰하던 영화는 건성의 학교가 등장하면서 다소 갑작스레 자본주의의 폐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타워팰리스와 구룡마을의 대치구도를 내세운 서브플롯은 상투화된 선악 구도를 따르고, 영화의 전체 흐름과도 잘 섞이지 못하는 느낌이다. 비교적 억지스럽게 않게 제시되던 마리화나에 대한 논점(<아버지와 마리와 나>는 ‘아버지와 마리화나’를 암시하는 중의적인 제목이다)도 후반부 들어 전형적인 신파에 섞여 희석되어버리는 점이 아쉽다. 영화가 호소력을 갖는 순간은 바쁘게 발언하거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롭게 쉬어가는 인물들을 멀리서 가만히 응시할 때다. 오광록이 대마밭을 일구며 한국형 히피로 살아가는 게이로, 이기찬이 가난한 아이들과 어울린다는 이유로 왕따 당하는 고등학생으로 등장한다.

TIP/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에서 중심을 이루는 것은 70~80년대 포크 음악이다. 통기타를 둘러메고 <행복의 나라로>를 직접 부르는 김상중은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고, 그 밖에도 <오면오고> <오늘 오후> 등 한대수의 대표곡들이 젊은 가수들의 목소리를 타고 울려퍼진다. 또 김창완의 <어디로 갈까>가 배우들이 부르는 부자간의 합창 버전과 3호선버터플라이 보컬 남상아의 버전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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