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가상인터뷰] 경찰의 길을 택한 밤의 매니저, <위 오운 더 나잇>의 바비 그루진스키
2008-06-18
글 : 김도훈
“직업이란 게 적성대로 되는 게 아니죠”

-저는 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네? 뭐가 이해할 수 없다는 소리인지.

-일단 말이 좀 빨라질 것 같으니 양해바랍니다. 목소리가 높아지더라도 실례 바라고요. 그러니까 말이에요 ‘스튜디오 54’처럼 뻔쩍뻔쩍한 뉴욕 나이트클럽 매니저로 일하던 사람이 대체 무엇 때문에 경찰편에 서기로 작정한 겁니까. 에바 멘데스랑 똑같이 생긴 여자친구도 있는 양반이 뭐가 아쉬워서 밤의 황태자 생활 다 버리고 경찰 끄나풀 노릇이나 하겠다고 마음먹었냐고요.
=형이 총에 맞았으니까요. 그러니까. 아무리 그래도 형이니까요.

-형이라는 그 경찰 작자가 동생인 당신을 얼마나 멸시했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요. 개인적으로 융통성없는 정의파 경찰 맏아들 따위 좀 재수없더라. 경찰서장이라는 아비도 할 말 없더구먼. 같은 경찰이라고 큰아들만 죽도록 아끼는 꼴이 어찌나 보기 싫던지. 자식은 직업 따져가며 편애하려고 낳는 거 아니거든요.
=그래도 아버지는 아버지고 형은 형이잖아요.

-아이고 답답해라.
=아무리 그래도 형인데.

-그럼 하나만 더 여쭤볼게요. 말이 좀 빨라질 것 같으니 양해바라고요. 목소리가 높아지더라도 실례 바라요. 솔직히 아버지라는 작자가 해준 게 뭐가 있습니까. 사실 바비씨에게 진짜 아버지 노릇을 했던건 나이트클럽 사장 부자예프 아니었나요? 역시 나이드니까 피가 물보다 찐하긴 찐하더라, 뭐 이런 겁니까? 갑자기 형이랑 아버지 편에 가담해서 키워준 거나 다름없는 부자예프씨는 배신한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아이고오, 이거 무서워서 입양이나 하겠냐 말이지.
=배신은 아니에요. 그냥 제가 이젠 다른 길을 가려고 했던 거죠. 결과가 좋지 못해서 그렇지….

-게다가 경찰 스파이짓 해준답시고 도청장치 몸에 숨겨 마약 거래현장에 갔더니 정체는 일찌감치 탄로났고. 게다가 갱단이고 경찰이고 사람 구분없이 잘들 쏴대더만요. 그때 벌벌 떠셨죠? 누가 적인가 싶으셨죠? 경찰이 보호해줄 것 같았어요? 어림도 없죠. 줄리아니 시대도 아닌 80년대 뉴욕 경찰이 보호하긴 누굴 보호합니까. 껌 좀 뱉었다고 두들겨 패면 두들겨 패지.
=네. 나쁜 경찰도 있고 착한 경찰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도 살았으니까 괜찮습니다.

-말이 없으신 건 둘째치고 왜 이렇게 동공에 힘도 없고 목소리도 작으세요? 나이트클럽에서 지배인으로 일할 때는 안 그랬는데. 그때는 사람이 활기도 넘치고, 그래서 꽤 근사해 보이더만.
=아, 그냥 좀 마음이 쓸쓸하기도 하고. 뭐 그냥 그래요.

-그러니까 돌아갔어야 했어요. 다시 나이트클럽의 세계로 돌아가야 했다고요. 아버지가 죽었다고 꼭 경찰학교에 들어가서 총질할 필요는 없잖아요. 사실 경찰도 아무나 하는 거 아니잖습니까. 그것도 다 적성에 맞아야 하는 겁니다.
=적성이라기보다는 그래도 아버지가 원했던 일이니까.

-휴, 너무 따지듯이 몰아붙여서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답답해서 속이 막 타더라고요. 그런데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경찰학교 졸업식 날 바비씨 얼굴을 보니 ‘내가 왜 이런 자리에서 이러고 있나’고 이마에 딱 써 있던걸요. 무슨 생각을 하셨던 거죠?
=이젠. 뭐 영영 제자리로 돌아가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던데요. 그런데 뭐 그런 거죠. 인생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 아닌가요. 가끔씩 전혀 다른 방향으로 좌회전을 하거나 우회전을 하기도 하고 유턴을 하기도 하고. 그냥.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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