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친구, 세다. <강철중: 공공의 적1-1>에서 가장 또렷한 빛을 보인 새로운 별은 연제욱이다. 조직폭력단의 행동대장 대신 친구를 죽인 혐의를 뒤집어써야 하는 고등학생 안태준 역을 맡은 연제욱은 불량 청소년의 넘치는 반항기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쪼그라드는 소년의 여린 내면을 동시에 보여줬다. 특히 경찰서에서 강철중(설경구)과 눈을 마주하며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대목은 이 배우를 잊지 못하게 하는 장면이다. 기 센 설경구와 눈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모양새가 ‘리틀 설경구’라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 “선배 배우라고 생각하면 절대 할 수 없는 연기였어요. ‘나는 안태준이고 강철중과 맞서는 거다’라고 계속 생각했어요. 이 영화 덕분에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캐릭터에 집중하는 방법을 약간이나마 깨친 거죠.”
이 22살짜리 배우는 행운아임에 틀림없다. 신인이 설경구, 정재영 같은 대단한 배우나 강우석 감독처럼 능숙한 연출자와 이 정도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작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터. 뿐만 아니라 <강철중…>은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드라마 <반올림2>로 데뷔해 <폭력써클>과 <두사람이다>를 통해 서서히 얼굴을 알리고 있는 연제욱을 관객의 기억 속에 가장 명료하게 남길 영화임에 틀림없다. “만약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다른 친구가 안태준을 맡았다면 많이 부러워했을 것 같아요.”
정말이지 <폭력써클>이 없었다면 그는 지금쯤 다른 신인배우를 부러움으로만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강우석 감독은 진짜 불량배를 캐스팅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준 <폭력써클>에서의 그를 보고 캐스팅을 확정지었으니 말이다. 중학생 때부터 태권도 2단을 땄고 합기도, 용무도 같은 무술까지 익혔으며 장래희망으로 경호원을 생각했던 이 친구, 혹시 정말 ‘양아’는 아니었을까. “엥? 학교 다닐 때는 학년 오락부장까지 할 정도로 남을 잘 웃겼고, 웃기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어요. 한때 개그맨 시험을 볼까도 생각했었다니깐요.” 그동안 주로 보여준 무술마니아로서의 측면뿐 아니라 코믹한 모습과 충만한 감정까지 세상에 드러낼 그날을, 연제욱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