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사운드 과장 지수 ★★★★
클리셰 재활용 지수 ★★★★
심장충격 지수 ★★☆
만삭의 촌부 누알은 1년 전 이유없이 자신의 곁을 떠난 남편 콥을 기다리다 못해 직접 찾아나선다. 길을 가던 중 그녀는 수다스럽지만 마음 씀씀이가 좋은 시녀 초이의 도움으로 머물 곳을 찾을 때까지만이라는 조건하에 우연히 호화 대저택에 머물게 되고, 모습을 내보이지 않고 안채에서만 기거하는 란 부인에 관한 비밀을 조금씩 알게 된다.
타이 서부극의 과장을 코믹하고 로맨틱한 상상으로 변용한 <검은 호랑이의 눈물>, 타이 민담을 화려한 비주얼의 현대판 우화로 버무린 <시티즌 독> 등 위시트 사사나티앙이 전작에서 내보였던 재능을 감안하면 <카르마>는 의외의 선택이자 결과 또한 실망스러운 공포영화다. “귀신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오랜 속담에서 시작됐다는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과 <식스 센스>의 강한 잔영 정도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사이의 선망과 질투라는 대립 구도를 끌어들여 흥미를 자아내던 두 여자 이야기는 실효가 다한 할리우드 요법들을 반전을 위해 투약하는 순간 손쉽게 허물어진다.
누알 역의 시라판 와타나진다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으며, 영화 <디어 다카다>를 빼면 주로 TV시리즈에서 얼굴을 내비쳤던 신인배우. 란 부인 역의 수폰팁 추안그랑스리 또한 전문배우가 아니라 10년 넘게 마케팅 회사 대표로 일해왔던 커리어우먼이다. 캐릭터라기보다 소품 혹은 효과처럼 보이는 주인공들에 비해 초이 역과 솜짓 역을 맡은 조연배우들의 연기가 훨씬 능숙하고 살아 있다. 타이 현지에서는 1930, 40년대 유명 작가이자 화가인 헴 베자콘의 충격적인 소설에서 이야기를 따왔다고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지만 외국 관객 입장에서는 그닥 중요한 관람 포인트는 아닌 듯. 한국 개봉제목은 업(業)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카르마(karma)지만, 타이 원제는 좀더 직접적인 ‘귀신과의 불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