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001, 146분 Japan, 2001, 146 min 감독 이와이 순지 오후 7시30분 부산1관13살, 14살, 15살. 사춘기. 중학교. 그 시절의 세계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어떤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을까. 릴리 슈슈라는 가수가 있다. 릴리 슈슈를 ‘에테르의 구현자’라고 부르는 열성팬들이 모이는 BBS도 있다. 릴리의 팬들은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한다. 중학교 2학년인 유이치도 그 중의 하나. 그러나 릴리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가 없다. 유이치는 같은 학년인 호시노 일당에게 심하게 이지메를 당한다. 1학년 때에는 같이 검도부에 다니고 있었고, 꽤 친한 사이였던 호시노. 그러나 검도부 친구들과 함께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온 후, 어쩐 일인지 호시노는 변했다. ‘조숙한 자부터 차례차례 썩기 시작한다.’ 묘하게도 릴리 슈슈의 팬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이지메를 당한다. 릴리 슈슈의 음악 같은 것에 빠져들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런 성향의 아이들이 릴리의 무언가에 빨려드는 것일까.<러브 레터>의 이와이 순지는 한없이 투명했지만, <언두>나 <스왈로우 테일>의 이와이 순지는 어둡고 음울하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후자의 감성에 가깝지만, 묘하게도 영상은 화사했던 와 닮아 있다. 모든 것이 한없이 찬란한 시절. 그러나 지독하게 썩어들어가는 무엇.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는 이지메, 원조교제, 윤간, 자살, 살인 등 세상의 모든 어둠이 드러난다. 지독한 냄새가 나지만, 그 누구도 구원해주지 않던 시절은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서 스파크를 일으키며 요동을 친다. 하지만 유이치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뿐이다. 그 묘한 뒤틀림과 긴장을 묘사하는 이와이 순지의 손길은 여전히, 그리고 처절하게 아름답다.BBS에서 나누는 아이들의 대화는 스크린 위에 점점이 박히고, 카메라는 비스듬히 사춘기의 어지럼증에 시달리는 소년소녀들을 잡아낸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이와이 순지의 감성과 완벽하게 공명하는 시절을, 그만이 잡아낼 수 있는 감각으로 포착한 ‘지옥에서의 한철’이다. 이와이 순지의 감성은 그 아득하고 찬란한 시절에 고정되어 있는 느낌마저 든다. 손을 대는 것만으로 투명한 소리가 울려퍼질 것 같은, 야리야리한 감성이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원조교제를 강요당한 시오리가 슬픔과 울분을 참지 못하고, 개천으로 뛰어들 때의 그 막막한 느낌이. 그 완벽한 카오스의 마력이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김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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