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42] 이두용 감독이 기증한 모자와 <아리랑>(2002) 콘티뉴이티북
2008-06-23
글 : 최소원 (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램팀)

<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5월9일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연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42번째는 이두용 감독이 기증한 모자와 <아리랑>(2002) 콘티뉴이티북입니다.

이두용 감독은 1969년 신성일, 문희 주연의 멜로드라마 <잃어버린 면사포>로 데뷔했다. 초기에는 <미워도 다시 한번(속)> 등에서 김소동 감독의 조감독으로 연출수업을 받았던 영향으로 <아낌없이 바치리>(1972) 등의 멜로드라마를 연출했지만 곧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척박했던 70~80년대에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작가감독이자 흥행감독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돌아온 외다리>(1974)를 시작으로 <무장해제> <용호대련> 등의 액션영화 붐을 이끌었고, <뽕> <피막> <물레야 물레야> 등의 에로틱한 시대물로 작품성과 흥행의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돌아이> 시리즈는 80년대 젊은이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70년대와 80년대를 풍미했던 이두용 감독은 촬영현장에 항상 함께했던 애장품인 낡은 사파리 모자를 한국영화박물관에 기증했다. 햇빛도 차단해주지만 무엇보다 피사체에 집중하게 해주어 썼다고 한다. 1990년에는 걸레스님 중광을 캐스팅해서 화제가 되었던 <청송으로 가는 길>로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다. 2002년 이두용 감독은 나운규의 <아리랑>을 최주봉의 변사해설로 리메이크했다. 18프레임의 움직임과 흑백 화면으로 옛 맛을 살리면서도 빠른 템포의 전개와 코믹 액션을 가미한 눈물샘을 자극하는 드라마다. 이때 사용했던 콘티뉴이티북에는 ‘불칼’이라는 옛 별명처럼 날카롭고 꼼꼼한 작업 스타일을 보여주듯 여러 가지 메모로 빼곡하다. 제작자로서도 활동했던 이두용 감독은 기증품을 건네주며 활기찼던 충무로 영화인의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관을 빌려 밤새 시나리오 작업을 했고 사무실처럼 드나들었던 ‘청맥다방’의 마담이 영화인 비서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야기가 끝난 뒤 이두용 감독은 충무로의 한 커피숍 테이블에 가득 펼쳐놓은 차기작 구상 속으로 다시 빨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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