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유세프 샤힌] 감독님, 깨어나세요
2008-06-24
글 : 강병진
유세프 샤힌 감독, 뇌출혈로 혼수상태 빠져

영화 <조용, 촬영중> <이주자> 등을 연출한 이집트의 대표감독 유세프 샤힌이 혼수상태에 빠졌다. 병명은 뇌출혈. 외신에 따르면 올해 82살인 샤힌은 이미 최근작인 <카오스>(2007)를 연출하던 동안에도 병을 앓아왔으며 지난 6월14일 카이로에서 쓰러진 뒤 현재 프랑스 파리 외곽의 아메리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3세계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명인 유세프 샤힌은 이집트의 국민감독으로 추앙받는 영화인이다. 1926년 1월25일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1940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연기를 공부했고 1950년 귀국해 <바바 아민>으로 데뷔하며 본격적인 영화인생을 시작했다. 이 작품은 이집트의 근대화가 과연 진보하는 것인지에 관한 물음을 던졌던 영화다. 이후 샤힌은 줄곧 보수적인 이집트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불협화음들을 영화에 담아냈다. 1958년에 연출한 <카이로 중앙역>은 소설가 나기브 마푸즈의 작품을 영화화한 것으로 샤힌의 대표작이자 아랍영화의 고전으로 꼽힌다. 이후 샤힌은 아랍사회의 부패를 지적한 <참새>(1972)를 비롯해 <알렉산드리아, 왜?>(1978), <이집트 이야기>(1982), <알렉산드리아 여전히, 언제나>(1990), <알렉산드리아, 뉴욕>(2004)으로 이어지는 자전적인 연작을 연출했다. 최근작인 <카오스>는 카이로 경찰들의 타락성을 다룬 영화로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높은 흥행성적을 올렸으며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 출품된 바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영화를 통해 종교적인 편협성과 이집트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일관되게 관철해온 샤힌은 최근에는 미국의 중동정책에 반대하기도 했다. 제50회 칸영화제에서 특별감독상을 수상한 샤힌 감독은 젊은이들에게 “기다려라, 그러면 올 것이다”란 말을 남겼었다. 감독님은 지금 무슨 꿈을 꾸고 계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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