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 앳 더 웨딩> Margot at the Wedding
<키킹 앤 스크리밍> Kicking and Screaming
1990년대의 미국영화계는 놀라운 신인들의 출현으로 시끌벅적했는데, 그 정글에 나타난 위트 스틸먼, 웨스 앤더슨 그리고 노아 바움바크는 연약한 동물 같았다. 당시에 빛났던 감독들이 대부분 희미하게 명멸하는 지금, 평론가 조너선 로젠바움이 에릭 로메르, 에른스트 루비치, 장 르누아르의 이름으로 평가한(그러니까 유럽의 영향 아래 있는) 세 감독의 생명력이 그저 신비할 따름이다. ‘은밀한 웃음과 우울한 위트 그리고 달콤한 상처’를 선보여온 세 사람 중 바움바크는 우리에게 뒤늦게 소개된 편이다. <오징어와 고래>에 이어 출시된 <마고 앳 더 웨딩>을 만나는 김에 그의 데뷔작 <키킹 앤 스크리밍>을 마저 구해 보면 어떨까 싶다. <키킹 앤 스크리밍>은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캠퍼스 부근을 맴도는 친구들의 이야기다. 6개 단락으로 나뉜 이야기 속에서 게임, 아르바이트, 편입, 사랑놀이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그들은 게으르고 무례하며 무책임해 보인다. 하지만 낯선 세상으로 나서기는 두렵고 진짜 어른으로 행세하기엔 준비가 덜 된 청춘들의 덧없는 푸념- 현실과 대면할 시간을 언제까지나 유예할 순 없는 것이며, 행복한 시간은 왜 영원하지 않을까- 을 누군들 늘어놓아보지 않았겠나. 빛나는 시기란 사라지게 마련이고 지혜로운 선택이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는 <키킹 앤 스크리밍>은 안타까움과 두려움에 과거를 부여안으려는 마음을 헤아릴 줄도 안다. 이후 줄곧 상처와 극복을 통한 인간의 변화를 큰 주제로 선택한 바움바크의 영화는 성장의 기록이라 불릴 만하다. <마고 앳 더 웨딩>은 결혼식을 계기로 재회한 자매를 중심으로 소소한 사건들의 결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바움바크가 전작 <오징어와 고래>에 그와 부모의 과거를 내비쳤듯이, <마고 앳 더 웨딩>의 마고는 소설 속에서 가족의 고통과 숨겨진 비밀을 낱낱이 파헤치고, 폴린은 언니의 삶을 동경하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한다. 영화는 두 자매와 그들을 둘러싼 인물간의 미세한 틈을 메우기보다 드러내고자 하는데, 이에 더해 (바움바크가 부모의 불화를 목격한 것처럼) 세상과 성에 눈뜰 무렵의 아이들이 어른들의 관계를 바로 옆에서 관찰하도록 만든다. ‘관계에 서툰 인물들과 그들을 옭아매는 가족과 맞서기 두려운 대상인 세상’을 변주해온 바움바크의 영화에서 아직까진 원숙한 인간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중심적인 어른들과 방치된 아이들이 재생산되는 한 그런 인물은 기대하지 않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희망을 버릴 마음이 없는 바움바크는 대사 가운데 “가족보다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란 힘들다”라고 써놓았다. 먼 집안의 다툼인 양 애써 모른 척하다 그 말에 흠칫했다. <키킹 앤 스크리밍>의 DVD는 크라이테리언의 출시작답게 10여년 지난 저예산영화의 부록을 용케 끌어모았다. 3개의 삭제장면(10분), 개봉 당시 인터뷰(9분), <키킹 앤 스크리밍>의 두 배우와 다시 만든 단편영화 <콘래드와 버틀러>(30분) 외에 감독 및 배우와의 새로운 인터뷰(12분, 26분)를 제공한다. <마고 앳 더 웨딩>의 DVD는 감독과 배우 제니퍼 제이슨 리의 대화(13분)를 수록했는데, 실제 부부인 두 사람이 영화, 배우, 관객,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예고편 두개도 놓치지 말길 바란다. 편집이 잘되었을 뿐 아니라, 본편에 없는 ‘크로스비, 스틸스, 내시 앤 영’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